책을 읽다가 낯선 우리말을 만나면 가급적 그 뜻을 찾아보려 한다. 그중에 발음이 예쁘거나 뜻이 좋은 우리말은 왠지 기분까지 흐뭇해지게 만든다. 순우리말뿐만 아니라 뜻 모른 말은 인터넷 단어장에 보관하여 내 것이 되게끔 익히는 노력도 하지만 입에 쉽게 붙지는 않는다.
산골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혼자서 작은 절을 찾아갔다. 버스도 닿지 않는 외진 곳에 있어 인적이 없었다. 불교 신자도 아니고 가진 돈도 없어 불전함이 있는 법당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부처님이 보이는 뜰에서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집안이 어려워 대학 갈 형편이 안되니 좋은 대학에 장학생으로 들어갈 수 있게 빌었다.
기도를 마치고 이곳저곳 절 구경을 하다가 스님 한 분을 만났다. 근엄한 표정으로 공양을 하고 가라고 했다. '공양'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돈을 내라는 말인가, 내가 부처님께 소원 빈 걸 어떻게 아시고 기도 값을 받으시려는 것 같았다. 쭈뼛쭈뼛하다가 스님이 안 보이자마자 재빠르게 도망쳤다. 급하게 뛰느라 숨이 차면서도 속으로 빌었다. "부처님 죄송합니다. 나중에 돈 벌어서 기도 값은 꼭 갚을게요. 제 소원은 꼭 들어주세요"
'공양’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웃어른을 모시어 음식 이바지를 하거나’, ‘죽은 이의 영혼에게 음식, 꽃 따위를 바치는 일 또는 그 음식' '절에서 음식을 먹는 일' 등을 말한다. 점심 무렵 만난 그 스님은 내게 밥을 먹고 가라는 말씀이셨다. 부처님 기도발이 좋아서인지 원한 대학에 좋은 조건으로 입학을 했고 졸업도 하기 전에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 그런데 아직도 부처님께 기도 값을 못 갚았다. 올가을에는 기도 값을 주머니에 두둑이 넣고서 그 절에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