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배달 아르바이트
대학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잡지 배달을 했다. 배달부수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기에 한 부라도 더 배달하려고 했다. 큰 배낭에 책을 가득 넣고 양손에도 한 묶음씩 들고 배달을 다녔다. 잡지 이름은 신동아. 책 한 권이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벽돌 책이다. 무게가 650그램 정도이니 30권 배달한다면 거의 20kg이 된다. 등이 무너져 내릴 것 같고 양손이 빠질 것만 같았다. 땀 닦을 손도 없는데 그해 여름은 몹시도 더웠다.
한 곳 두 곳 배달을 하다 보면 등에 진 짐이 줄어간다. 당연한 얘기인데도 희한했다. 세상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없구나, 힘들어도 한 걸음씩 전진을 하면 희망이 어느새 내 곁으로 오는구나. 땀 흘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마지막 배달지는 국립극장이었다. 녹초가 된 몸으로 배달을 끝내고 털레털레 건물을 빠져나오는데 공연장에서 소리가 들렸다. 끝날 때가 되었는지 안내원이 살짝 문을 열어 주었다. 3층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았다. 하얀 발레 옷을 입은 발레리나들이 군무를 추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고생하는 세상 사람들을 위로해 주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며칠간 잡지 배달을 했다. 내가 맡은 배달 지역은 장충동이었고 구독자는 대부분 회사원들이었다. 당시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사무실이 왜 그리도 많았는지. 땀범벅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나는 다짐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회사에는 취직하지 않는다. 그리고 회사원이 되어서도 절대 '신동아'는 안 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