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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춘 Oct 01. 2024

가을이 오는 소리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는 전어

  바야흐로 가을이다. 지난여름 그 긴 폭염 속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이 왔다. 봄은 향기로 오고 가을은 소리로 온다고 한다. 여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꽃향기를 타고 봄은 온다. 가을은 낙엽 밟는 소리, 풀벌레 소리를 따라온다. 

  가을은 전어의 계절이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마법을 가졌다. ‘가을 전어'를 최고로 치는 이유가 있다. 봄에 태어난 전어는 겨울을 나기 위해 부지런히 먹이 활동을 한다. 이맘때가 되면 살이 탱탱하게 붙고 기름기가 오른다. 그래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예전에 남쪽 바다로 가족 여행을 갔다. 바다가 보이는 지인의 별장에서 며칠 묵었다. 지인은 집을 빌려준 건만 해도 고마운데 근처 식당에 아침을 부탁해 놓았다. 아침 식사 때마다 전어가 올라왔다. 통통하고 속살이 붉은 전어회는 뼈가 연하고 육질이 부드러워 뼈째 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이 났다. 갓 구운 전어는 바삭하고 담백하며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빨간 전어 무침은 새콤달콤했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며칠 걸려 일정을 자세히 짠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준비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일정을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전어요"라고 말했다. 전어에게 나의 노력은 묻혔다.

  그 맛있는 전어가 귀해졌다. 말 그대로 전어(錢魚)가 되었다. 이상 기온으로 바닷물이 더워져 전어 어획량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전어값이 비싸졌다 해도, 남쪽 바다까지는 갈 수 없다 해도 고소한 전어구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전어가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를 듣고 싶다. 가을이 오는 소리를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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