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소금 #67

"꿈"

by 깨닫는마음씨




어느 병동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훈련소 친구들이었고

피난의 상황 같았다


이산가족처럼 헤어진

친구 엄마를 만나러 간 시간


그러다가 이동이 시작된다

다들 빨리 이동해서

상황에서 해방되기만을 바랐다


급히 떠난 친구들이 버리고 간

친구 엄마와 나만 뒤에 남겨지고

나는 친구 엄마를 업고서 따라간다


친구 엄마는 조현병처럼

귀신들린 것처럼

자기가 자기 아닌 것처럼 될 때가 있어

그걸 치유하러 여기에 왔다 하고

그녀를 데리고 가느라

한참을 늦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커다란 방에 도착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양쪽으로 스님들이 앉아 있다

먼저 도착한 훈련소 친구들이다


다들 무겁고 엄숙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앉아 있다


해방을 위한 어떤 최후의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제일 늦게 도착해 방에 들어서자

어느새 친구 엄마는 사라져 있고


가벼워진 나는 달린다


끝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위에는 경전들이 있으며

테이블 뒤로 대장스님이 있다


최후의 속도처럼 달린 나는

일주문 같은 테이블 아래로

야구에서 슬라이딩을 하듯이

머리를 바닥에 들이밀며

지면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테이블을 지나

대장스님을 지나

벽에 머리가 닿는다


간절하던 마음이

홈베이스에 닿는다


가장 높은 문을

가장 낮게 지나

가장 깊이 몸을

가장 끝에 댄다


그러자 대장스님이


너는 머리를 대라며

내 머리를 들어

테이블 위에 올린다


수평운동이 그 끝에서

수직운동으로 바뀐다


그리고는 대장스님이 말한다


이제 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며

사람들에게 왔던 곳으로 다시

가라고 한다


사람들은 투덜투덜하며

다시 반복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면서

수학여행을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는 어떤 미션을 완수해야

끝나는 곳이 아니라

일주일 있으면 끝나는 곳이었다


적당히 놀다 가야지 할 때

문득 아까

적당히 뭉친 주먹밥을 먹다가

목이 말라 마신 된장국 그릇이

아직 품에 들어있다는 것을 알았다


꺼내보니

투명해서 내용물이 다 비치는

유리로 된 술잔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빈 잔을 잊지 말고

잘 반납하고 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빈 잔은 성배였고

이 몸이었다


그렇게 알자 잠이 깨었다


깨자마자


나는 바로 이렇게 또 온거구나


그 느낌이 좋아서 그냥 울었다


만화도 참 많이 봤구나


그 느낌도 좋아서 한참을 웃었다


친구들도

친구 엄마도

대장스님도

이 삶도

모두 다 그립다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다


정말 좋은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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