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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승리를 꿈꾸는 그대에게

"영원한 승리"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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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넘친다. 그대가 쌓아온 승리의 역사가 그대의 과거를 지탱해준다. 또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늘 더 승리하기를 꿈꾸는 그대의 눈빛이 그대의 미래를 지지해준다.


또한 그대의 승리는 건실했고, 그대가 꾸는 승리의 꿈은 건전했다. 그대는 정직하게 이겼고, 정당하게 얻었다. 물론 그대에게도 편법의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대에게 승리란 단지 이득을 얻는 것만이 아니었기에, 결국 그대는 유혹에조차도 승리했다.


그대는 자신을 알고 싶었다.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또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알고 싶었다. 그대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펼쳐낼 수 있는 역량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대는 늘 승리를 꿈꾸었다.


그러한 그대는 구도자였다.


자신의 정당성을 시험하기 위해, 준엄하고 고독한 길을 걷는 복서와 같았다.


그대가 쟁취해낸 무수한 트로피들로 말미암아 승리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그렇게 그대가 자신에 대해 조금은 정당한 존재감을 느끼게 되기까지, 그대는 많은 격전을 되풀이했고,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링 위에서 홀로 외롭게 싸워왔다. 그리고 끝내는 이겨왔다.


충분한 도움 한 번 받지 못하고, 그대 혼자 그토록 많이 이겨오기 위해, 그대는 대체 얼마나 많은 아픔을 새기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머금어야 했을까?


그리고 그대여, 그렇게 많이 이겨도 왠지 모르게 늘 조금 침체되며, 생각만큼은 기쁘지 않은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저 그러한 일시적인 감정은, 새로운 승리를 위해 오른 또 다른 링 위에서, 자신을 뜨겁게 불태우는 불길 속에 함께 태워내겠다고 하던 그대다.


그러나 불태워도 불태워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바로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그대여?


재다.


타도 타도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그것은, 타면 타는 만큼 오히려 더 많이 생겨나는 그것은 바로 재다, 그대여.


그대가 많이 이겨왔다는 것은, 그만큼 그대가 링 위에 많이 올라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링 위에서 그만큼 그대는 많이 맞은 것이다.


시험을 잘 보려면, 곧 시험에서 이기려면 올바른 답을 많이 맞아야 한다. 맞는 것은 맞는 것이다. 곧, 올바른 것은 맞는 것이다. 동시에 맞는 것은 올바른 것이다.


많이 맞으면, 많이 아프다.


그것이 올바른 것이라도, 그것은 많이 아픈 것이다.


그대여, 그대가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그 아픔, 아무리 올바른 것이라고 자신을 거듭 설득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그 아픔, 그것이 바로 재다.


아픔은 나날이 커져가고, 재는 널리 흩뿌려진다.


그 재가 바람에 날려 누군가의 눈에 들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게 될 때까지, 그렇게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그 누구에게라도 그대의 삶이 애도될 때까지.


맞는 것은 올바른 것이다.

올바른 것은 맞는 것이다.


그대가 이처럼 맞음과 옳음이 동의어가 된 현실 속에서 걸어온 삶은 분명 구도자의 삶이었다. 채찍과 가시관을 손에 든 구도자의 삶이었다.


맞아야만 제대로 된 사람이 된다며, 스스로를 폭행하는 구도자의 삶이었다.


그대여, 그대가 그토록 무수하게 링 위에 올랐던 이유는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대는 많이 맞아서 똑바로 된 존재가 되기 위해, 그렇게 처벌과 훈육의 링 위에 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대는 자신을 알고 싶었다. 그대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수없이 맞아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존재가 될 수 있을 만큼 그토록 잘못된 존재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대는 정말로 알고 싶었다. 이 링 위에서, 그대를 때리지 않을 누군가가 정말로 이 세상에 있는지를 너무나 간절하게 알고 싶었다. 그대는 링 위에서 끝없이 얻어 맞으며 그 누군가만을 기다려왔다. 가득 쥔 주먹으로 그대의 가슴을 강타하는 대신에, 가득 펼쳐진 손으로 그대를 자기의 가슴에 따듯하게 끌어안아줄 오직 그 누군가만을 기다렸다.


그대는 정말로는 승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대는 정말로는 항복하고 싶었다.


어느날엔가, 그대의 링 맞은편에 올라올 사랑 앞에서, 그대는 그저 항복하고 싶을 뿐이었다.


사랑의 앞에 마냥 엎드린 채, 사랑의 품에 마냥 안긴 채,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대 혼자 이 심판대 위에서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는지를 엉엉 울면서 마냥 호소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대는 늘 항복만을 꿈꾸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항복만을 꿈꾸었다.


그러한 그대는 정녕 구도자였다. 사랑의 구도자였다.


그러니 그대여, 이제 사랑에 항복하자.


그대는 항복했다. 이제 그대가 패자고, 사랑이 승자다. 그리고 패자의 처우는 오직 승자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 그대가 이긴 다른 누구에게도 묻지 말고, 오직 그대가 진 사랑에게만 이렇게 한번 물어보라.


"사랑이여, 당신은 지금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시나요?"


그리고 그것을 해라.


그대여, 그저 그것을 해라.


사랑이 그대에게 너무나 주고 싶어하는 그것을, 그대여, 그저 받으라.


그러면 그대는 패자(敗者)가 아니라 패자(霸者)다.


사랑은 승자고, 그대는 패자다. 그렇게 둘이 같이 이긴다. 사랑이 언제나 바라는 것, 그것은 그대와 함께 이기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이 바라는 것, 그것은 언제나 그대와 함께하는 것이다.


사랑이 함께하는 그대가 언제나 옳다. 그대는 옳은 존재다. 더는 맞지 않아도 그대는 더욱 옳은 존재다.


그러니 그대여, 더는 링 위에 홀로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승리의 꿈으로 눈빛을 불태우며 노려보기보다는, 다만 차분하게 귀기울이라. 사랑이 언제라도 그대의 항복을 기다리며, 함께 이기기 위해 그 맞은편에서 그대를 부르는 소리에, 그대는 다만 주먹을 열듯 귀를 열어라.


사랑이 반드시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대는 영원히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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