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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r 03. 2024

세상에 없던 상담소를 만들어보자 2nd #4

"넷째 날"




  벽을 파서 안쪽으로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작은 소품들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천장 위도 그렇고, 다다미 아래에 신발을 벗어놓을 구역도 다 간접조명으로 비출 것이다.


  은은하게 작은 것의 귀함을 빛낸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에서 자주 묘사되는 아주 섬세한 배려, 그 사려깊은 마음이 외견에서부터도 표현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은 내 바람인데, 이 공간의 주인들이 그러한 상담을 하게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다.


  섬세함이 존재를 잃으면 생각으로 빠져 정신사납고 날카롭기만 하다.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지며 완벽주의나 피해의식으로 드러나게 된다. 소위 망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도 간접조명이다.


  흔히들 생각에 먹이를 주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예민함에 집중하면 더 예민해진다. 생각게임은 더 집요하고 복잡하게 펼쳐진다. 머릿속 음모론의 세상은 끝이 없다.


  다 섀도우복싱이다. 혼자 광원을 한 곳에 집중시켜 하는 그림자놀이인 셈이다.


  알아주긴 뭘 알아주는가. 여기저기 빛을 비추어가며 이것도 알아주고 저것도 알아주고, 집중적으로 스토킹하는 대상만 많아지는 전문스토커가 될 뿐이다.


  은은한 빛 속에 그냥 두기만 하자.


  상담이지만 좌선이다.


  보면 빛 속에 자리잡은 작은 것들도 그러하고 있다.


  여기가 내 자리라고, 다들 자기의 존재를 우스꽝스럽게 뽐내지 않으면서도 든든하게 안착해있다.


  어쩜 세상 모든 곳에서 그렇게들 다 자기 자리에 앉아 웃고 있는지.


  그게 눈물겹도록 기쁨으로 차오른다면 존재는 지금 여기에 있다.


  천장 위에도, 다다미 아래에도, 벽의 안쪽에도, 기둥 뒤에도.


  여기 사람이 있다.


  사람으로 가득 차있다.


  사람을 향한 아주 섬세한 배려와 사려깊은 그 마음이, 공간에 충만하다.


  그렇다면 이것이 마지막 날이어도 좋으리라고, 넷째 날 나는 그렇게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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