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동산
이 영화는 유령들의 이야기다. 시공을 넘나들며 간절하게 만나고자 헤매고 있는 유령들의 이야기다.
헤어진 연인을, 그로 인해 멀어진 인연을, 소통이 끊어진 부모를, 그밖의 모든 소외의 역사가 담긴 사연을 안고 유령들은 바로 이곳에 모인다. 행복의 동산(福岡)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기 후쿠오카에 모인다.
만남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인가 분명히 만났고, 언제라도 지금 만나고 있으며, 또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바로 그렇게 우리의 삶이 이미 행복의 잠재태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분명히 만났음에도, 그 사실이 우리에게 망각된 것, 우리는 그것을 유령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유령은 늘 우리 주위를 맴돈다. 또한 우리 자신이 유령이 되어, 우리가 상실한 것 주위를 항상 맴돈다. 다시 만나고 싶은 까닭이다. 만남의 사실을 다시 기억하고 싶은 까닭이다.
만남의 상기는, 우리가 만나고 싶었던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를 정직하게 기억할 때 가능해진다.
가장 정직하게, 모든 유령이 만나고 싶었던 것은 언제나 단 하나다.
그것은 바로 나다.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모든 다른 것들이, 실은 다름 없는 나였다는 사실을 만나고 싶어서 우리는 만남의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은 삶이라고 불린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나를 향한 여행이다.
여행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너를 통해, 그렇게 너와 통해, 나는 결국 네가 나였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공시적 이해는 다시 통시적 이해로 변주된다. 그렇게 먼 시간 속의 모든 너 또한 나였음이 알려진다. 그래서 그 모든 시공간의 유령들이 나를 통해, 그렇게 나와 통해, 지금 이 자리에서, 여기 후쿠오카에서, 이 행복의 동산에서 살아나 숨을 쉰다.
때문에 이 여행은, 모든 유령이 나를 찾아 헤매던 그 여행이었던 셈이다.
한때는 나였다가, 곧 그렇게 나와의 만남 속에 있다가, 나로부터 분리되어 끝내 소외된 것들의 이름이 바로 유령이다. 그것을 나라고 인정할 수 없었던 까닭에 불가피하게 나와 단절되어버린 그 이름이 바로 유령이다.
이 유령을 우리는 더 익숙한 표현으로 바로 마음이라고 부른다.
마음은 언제인가 나였던, 그리고 언제라도 나인, 또한 언젠가는 나일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 여행은, 다시 한 번, 소외되었던 마음이 나로서 다시 살아나고자 하는, 곧 내가 마음으로 말미암아 소외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자 하는, 나의 재생을 향한 여행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같은 것을 사랑했다. 그리고 같은 것을 상실했다. 우리는 같은 유령이었다. 같은 소외 속에 있었다. 그렇게 상실한 것을 여전히 소외 속에서 좇아 헤매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네가 나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정말로 사랑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정말로 사랑했던 것은, 우리가 사랑했던 그 연인이 아니라, 그 연인을 같이 사랑했던 바로 너였고, 그러한 네가 나였다는 바로 그 사실이었다.
그래서 너는 단 한 번도 우리를 떠난 적이 없이 늘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유령으로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네가 나였다는 사실을 눈치채주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러한 네가 가장 사랑하는 것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눈치채주기를 바라며, 늘 시공을 넘어 나를 부르는 전파를 송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남은 이처럼 사랑하는 이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과, 또한 그 반대편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과, 함께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과 내가 만나는 것이다. 소외되었던 마음을 나로 회복하는 것이다. 너를 나로서 다시 찾은, 그러한 나여서 행복한 것이다.
이것이 행복의 동산에서 펼쳐지는 일이다. 그래서 행복의 동산은 곧 만남의 동산이다. 동시에, 상실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시공의 벽에 가로막혀 그 단절이 공고화되었던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외된 것의 전파를 수신해낸 내가 시공을 넘어 만나러 올 때를 기다리던 바로 그 마음의 동산이다.
이 마음의 동산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이렇게 시작된다.
"홀로 외롭지만 한결같은 마음이 있었다. 홀로 핀 들국화 같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홀로 외롭지만 한결같이 사랑하던 그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이렇게 완결된다.
"그 어여쁜 마음을 나는 사랑했다. 내가 있어서 이제 마음은 외롭지 않았다. 사랑만이 한결같았다."
모든 유령은 동산에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이 나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기억한다. 그렇게 다시 만난, 나와의 입맞춤은 영원하다, 이 동산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