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돌아버린 것들"
연애를 꿈꾸는 이들은 아무래도 좀 돌아버린 이들이다.
만나지 않았더라면 헤어짐의 아픔도 없었을텐데, 굳이 사서 아프려고 하는 이들이 아닌가?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 일을 시도한다. 상실과 이별의 아픔이란 무뎌질 수 있는 아픔이 아닐텐데도 이를 지속하고자 하는 것은 흡사 어떤 자해의 방식일까, 아니면 절실한 어떤 배움을 위해서일까?
어느 쪽이든 좀 돌아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후자 쪽이 좀 더 돌아있다.
살아있는 것이 자신의 삶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배우려 한다는 것, 이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돌아버린 생명체만이 감행하곤 하는 일이다. 하이데거는 현존재라고 부른 그것의 통상적인 이름은 인간이다.
연애가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한 어떤 배움의 방식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애초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별의 아픔도 없었을 것이라는 연애의 양상은 그대로 우리의 삶을 반영한다. 애초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이토록 고통받는 일도 없었을텐데.
그럼에도 왜 우리는 태어났는가? 태어나서 왜 연애를 하고 있는가?
거기에는 아픔을 대가로 지불해서라도 얻어야 할 아주 귀한 무엇이라도 있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러한 사고방식이 불필요하거나 어리석다는 것을 안다.
삶을 어떠한 보상기제의 소재처럼 대상화함으로써 우리는 삶에 대해 길을 잃고 만다. 그것은 삶의 밖에 답이 있다고 믿는 방식이다. 그러니 이 방식을 지속하는 한 우리는 삶의 안에서, 곧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영원히 답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불가해한 질문들에 관해 대답하는 아주 멋진 방식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질문 자체를 답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삶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삶 자체다. 삶의 이유는 삶 자체다.
우리는 왜 살아있는가, 라는 질문은 지금 우리가 살아있다는 그 사실로서만 응답된다.
사라질 것이지만, 하고 있는 그 모든 일은 아마도 다 무의미하겠지만, 중요한 것처럼 추구하고 있던 그 모든 것은 다 아무 것도 아닌 환상이겠지만, 그저 지금의 이 알 수 없는 떨림, 왠지 모를 설렘, 그리고 정말로 이유없이 닥쳐오곤 하는 어떤 설명못할 벅참이, 단지 숨만 쉬고 있어도 우리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사태가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는 어떤 기쁨의 순간이, 그렇게 스스로를 대답하고 있다.
그러니 살아있는 것들은 다 좀 돌아버린 것들이다.
말도 안되는 엄청난 것을 얻어, 그것으로 살고 있는 엄청난 것들이다.
애초에 돌지 않으면 삶이 아니다.
지구가 돌지 않으면 다들 미친다. 잘 돌고 있기에 무엇도 미치지 않는다.
미친다는 것은 붙박혀 있다는 것, 집착되어 있다는 것. 돌지 않는 것이 미치며, 돌면 그 접착이 해지된다.
삶이란 계속 돌아가는 것이다.
삶을 긍정한다는 것은 계속 돌아가는 그 일을 긍정한다는 것. 나타나서 사라지는 그 모든 것을, 그 모든 과정을 긍정하겠다는 것.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의 그 헤어짐까지도 사랑하겠다는 것.
곧,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서 돌아가던 것들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일까지도 우리의 삶이었고, 곧 우리의 연애였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잘 돌아가기 위해 잘 돌아간다.
모든 것은 다만 돌아가는 중.
이 하나의 언술 안에 우리의 삶과 죽음이, 만남과 이별이, 성사될 수 있는 그 모든 연애의 순간들이 다 담겨 있다.
우리는 이 잘 돌아가는 법을 배우고자, 곧 삶이 무엇인지를 배우고자, 연애를 계속해서 시도한 것이며, 그럼으로써 문제 자체에서 답을 찾았다.
삶을 배우려고 연애를 했으며, 그렇게 삶이 곧 연애였다.
우리가 헤어져서 그리웠던 그 상대처럼, 우리도 헤어질 것이다. 우리 자신과.
몹시도 그리울 것이며, 그러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한번 살아볼 수 있는 이 삶이라고 하는 기회가.
그러기 위해 떠나보냈는가?
더욱 잘 돌아가게 했는가?
상대를 만나 함께 돌아버리자고 했는가?
연애는 돌지 않아 미친 세상에서, 그렇다면 자신이 돌아버리기를 꿈꾼 일.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을 다시금 숨쉬게 하려던 일. 상대에게도 함께 돌아버리자며, 우리가 함께 다시 살아있는 것으로 살아나기를 간절히 그렸던 일.
돌아버린 것들은 이제 돌아간다.
돌아가는 것들이 잘 돌아가라고, 애틋한 미소로 마주하고, 반가운 눈물로 전송한다.
우리가 떠나보낸 꽃씨는, 돌고 돌아서,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이제 도착한 그곳에서 뿌리를 내릴 것이기에.
지금 우리 자신의 이 자리에.
우리의 가슴속에.
그렇게 돌아가는 모든 것은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간다. 가야 할 그 자리로. 집으로.
그러니 실은 간 것이 아니다.
돌아간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은 실은 그 시작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끝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만남이 없으니 헤어짐도 없다.
다만 잘 돌아가고만 있다.
영원히 함께.
우리의 가슴속에서.
삶이라는 것이 이런 것임을 알고 싶어서 우리는 연애를 했고, 잘 돌아가는 법을 배웠다. 모든 것이 영원히 우리에게로 돌아오는 법, 우리가 사랑한 그 모든 것과 영원히 함께하는 법을, 우리는 분명 배웠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돌아버린 필멸의 생명체가 결국 그 가슴에 영원을 성취하고야 만 이 일은 정말로 좀 돌아버린 엄청난 일이었으리라. 그 엄청난 것을 얻어, 그 엄청난 것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서, 인간은 연애를 한다. 연애라고 하는 인간의 귀한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