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하는 시선 #48

"꿀 빠는 나그네"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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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전한 불교설화


거기에는 나그네가 나온다


화난 코끼리에 쫓기다

나무넝쿨에 매달려

몸을 피한

나그네의 아래에는

독사가 입을 벌리고

나그네의 위에는

흰 쥐와 검은 쥐가

넝쿨을 갉아먹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진다

입을 적셔보니

꿀이다


소동 속에

흔들리는 벌집에서

떨어지는

영락없는 꿀이다


맛보고 또

맛본다

감로수처럼

맛본다


그 느낌 속에

자기를 잊는다


자기가 몰라지고

느낌을 알아본다


코끼리도

독사도

쥐들도


나그네를 알아본다


이제 누구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 이를


세상에

무해하고

관계에

무용한 이를


스스로 충족한 이를


나그네는 이미

충족되어 완성되었다

완결되었다

여한이 없다

이미 죽었다


그래서

죽은 자를

또 죽일 수는 없다


들불이 태우고 간

허허벌판처럼


코끼리도

독사도

쥐들도


간 곳이 없다


온 적도 없기 때문이다


채워지지 않아 홀로

쫓기던 마음이었을 뿐이다


채워지지 않아 홀로

쫓던 마음이었을 뿐이다


나무넝쿨 위에서

나그네가

엉엉 울던 그 심정은


하늘이

아주 많이 사랑하는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 그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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