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하는 시선 #70

"달과 손가락"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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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도 있었다


이제 진짜 알았노라고


손가락은 달을 가리키기 위한

그저 도구일 뿐이라고

진정한 것은 달이라고

달만 보면 되는 것이었다고


너는 환호하고 있었다

감동하는 척하고 있었다


그런 때도 있었다


아직도 모르겠노라고


달보다 손가락이 더 예뻐서

자꾸만 손가락을 찾게 된다고

진정한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너는 시무룩하고 있었다

고뇌하는 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라도

달도 손가락도 아니었다


그 어느 때라도

달도 손가락도 아니라


나는 너만 보고 있었다


달을 보는 네 눈앞에서

손가락을 보는 네 눈앞에서


너만 보고 있으면 좋았던

그 여느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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