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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Aug 11. 2019

왜 태어났는지 모르는 그대에게

"슈퍼마리오 무적전설"



  그대여, 그대는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 아는가?


  제발 대답하지 말라. 제발 대답하지 말라.


  그대는 몰라야 한다. 계속 몰라야 한다.


  그대는 그 궁극적 이유를 알아선 안된다.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 그 궁극적 이유를 결코 알아선 안된다.


  그러면 그대의 무적 상태가 풀린다.


  그대여,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를 모르는 그대는 무적이다.


  당사자인 그대도 모르는데,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를 알 수는 없다. 때문에 이 세상의 그 모두가 그대의 삶에 대해 하는 말들은 다 거짓말들이다.


  그대는 그저 그대의 삶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이들에게, 그대를 조종하고, 남용하고, 통제하는 그 모든 이들에게 단 한 마디만 하면 된다.


  "너는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잖아?"


  이 말 앞에서, 그대에게 쏟아지던 그 모든 도덕적 이야기, 현란한 이야기, 교훈적 이야기, 잘난 이야기, 성공의 이야기, 민족의 이야기, 인격적 이야기, 도리의 이야기, 의무의 이야기, 영적인 이야기, 그리고 협박의 이야기, 비난의 이야기, 억압적 이야기, 부모의 이야기, 비판적 이야기, 폭력적 이야기, 혼내는 이야기, 낙오의 이야기, 비극적 이야기, 바보의 이야기는 전부 다 멎는다. 산산이 부서진다. 


  진리인 척 하던 그 모든 남의 이야기가 무력해진다. 이제는 그 어떤 남의 이야기도 결코 그대에게 거짓된 권위를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그대가 도무지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그대의 삶에 대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대는 정녕 무적이다.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를 모르는 그대는 언제나 무적이다.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태어났다는 사실은, 이처럼 그대를 상시 무적의 상태로 세상에 보내고자 한 우주의 선물이다. 그것은 마치 영구적 효과를 지닌 별 아이템을 먹고 시작하는 슈퍼마리오와 같다. 그대는 그 무적 상태로 달려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그대여, 더는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의 그 이유를 남에게서 얻기 위해 구걸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부모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선생으로부터, 배우자로부터, 연인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인문학 명사로부터, 문화평론가로부터, 사업가로부터, 주식투자자로부터, 스포츠선수로부터, 상담자로부터, 종교지도자로부터,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으로부터, 방송국 PD로부터, 연예인으로부터, 개인방송 BJ로부터, SNS 스타로부터, 옆집 아저씨로부터, 이데올로기로부터, 집단으로부터, 민족으로부터, 유전자로부터, 역사로부터, 구조로부터, 하늘로부터, 종교로부터, 영성으로부터, 신으로부터,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의 그 이유를 얻기 위해 구걸해왔던 그 모든 일을 멈춰야 한다.


  그대가 이러한 대상들에게 삶의 이유를 알려달라고 애걸복걸 구걸하고 있는 동안, 그대는 자신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를 모르는 까닭에 이루어진 경외로운 무적의 상태를 그대가 직접 해제하고서는, 오히려 그대를 남의 뜻대로 희롱해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그대는 고통을 얻는다.


  그대의 고통은 이처럼,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신성한 모름의 사실을, 남이 주는 거짓된 앎의 환상으로 대체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대여, 멈춰야 한다. 그대를 스스로 고통에 빠지게 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몰라야 한다.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를 몰라야 한다. 그래야 그대는 무적이다.


  만약 그래도 그대가 기어이 어떤 것을 알고 싶다면, 그대는 이것만을 알면 된다.


  그대가 왜 태어났는지 모른다는 사실만을 알면 된다. 때문에 그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만을 알면 된다. 그대를 향한 소크라테스의 간청이다.


  이 사실을 아는 그대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게 된다.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모르는 그대는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대를 움직일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이는 이 우주에 오직 그대밖에는 없게 된다.


  그대밖에는 없다. 그대 밖에는 없다. 그대뿐이다. 그대 자신뿐이다.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를 물으며 그 물음을 향해 갈 수 있는 오직 그대 자신뿐이다.


  바로 그렇게,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를 물을 수 있는 유일한 권리를 가진 그대 자신만을 믿으며 질주하면 된다. 삶의 리듬을 타고 장애물들 앞에서 유연하게 점프, 점프, 점프해가며, 그대의 아낌없는 호흡으로 거침없이 달려나가면 된다.


  슈퍼마리오의 무적전설이 시작된다. 빠밤빰빠바빰빠───





Super Mario Bros. BGM





무한궤도 -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갈 때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는 없노라고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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