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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Aug 18. 2019

잠들지 못하는 그대에게

"은하수처럼"



  잠을 못자서 긴 글을 읽을 여력이 나지 않는 그대를 위해, 우선은 솔루션부터다.


  그대여, 울면 잠이 온다.


  잠은 언제나 죽음이다. 우리는 실제로 매일매일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정확하게 마주하는 방식이 바로 애도다. 죽음 앞에서 우는 일이다. 다소 먹기 어려운 음식을 물과 함께 흘려 넘길 수 있듯이, 우리는 흐르는 눈물을 통해 죽음을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그대는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대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울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서 애도의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대는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그대가 울지 않으면 죽음이 마치 없던 일처럼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애도를 부정하면 죽음도 부정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말은, 그대가 잠들지 못하는 그곳에는 분명한 하나의 죽음이 반드시 있다는 의미다.


  그대는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가장 열심히 살아왔으나 그가 원하는만큼 이루지 못한 이의 가장 슬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저 곱기만 한 그 착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때문에 그대는 잠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잠들지 않으려는 것이다.


  필사적으로 그대는 잠들지 않으려 한다. 울지 않으려 한다.


  그대가 잠들어버리면, 누가 그 성실한 이의 삶을 기억해주겠는가? 누가 그 고운 이의 심정을 이해해주겠는가? 누가 그 착한 이의 가슴을 보듬어주겠는가?


  그래서 그대는 필사적이다. 그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죽음의 신과 잠의 여신에게 그 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필사적이다. 과거의 그 이가 더 행복한 현실 속에 살 수 있도록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시간을 멈추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대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대는 그렇게, 그저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 살아온 너무나도 곱고 착한 그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대는 그렇게, 지금 이해해가고 있는 것이다. 실은 그대가 얼마나 그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던가를.


  그대가 자신을 증오하고, 혐오하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저주하던 그 모든 불면의 시간 속에서도, 실은 그대가 얼마나 그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던가를.


  그러니 그대여, 이제 흐르게 하자.


  그대의 고인 눈물의 양이 저수지만큼 커서 그대의 작은 두 눈이 방류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대신 음악을 흐르게 하자.


  그리고 그 음악의 흐름 속에 그저 그대 자신을 놓아두자. 같이 흐르게만 두자.


  음악이 그대를 대신해 그대 저수지의 물길을 안내할 것이고, 어느덧 그대의 두 눈에서는 고백들이 쏟아져내릴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이 정말로 가장 소중한 것이었음을 이해하는 그대의 따듯하고 슬픈 눈빛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렇게 흐른 만큼 더 깊게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편히 잠들 수 있게 된다. 안심하고 잠들 수 있게 된다.


  그대여, 지금까지 참 고생 많았다. 이제 그 모든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라.


  내일 깨어날 그대는 또 새로운 사람일테니, 그 새로운 사람에게 뒷일을 맡기고, 지금의 그대는 편히 잠들라.


  그대가 얼마나 진실되게 살다가 죽었는지, 그대가 남기고 간 그 아름다운 향기를 새로운 그대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밤을 건너, 마음은 이어진다. 하나의 잠 너머로, 하나의 죽음 너머로, 정성스럽게 이어진다. 과거의 그대로부터, 지금의 그대로, 또 내일의 그대에게로, 흐름은 그치지 않고 끝이 없다.


  은하수처럼.


  가장 깊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가장 깊게 감긴 두 눈 속에서도, 결코 잊힐 수 없다.


  모든 잠을 지키며, 정성껏 마음을 잇고 있는 그대의 눈빛이.


  은하수처럼 영롱하다.






鉄拳(텟켄) - 振り子(시계추)
[Muse - Exogenesis: Symphony Part 3 (Redemption)]
Let's start over again
다시 시작하자
Why can't we start it over again?
왜 다시 시작할 수 없겠어?
Just let us start it over again
그저 다시 시작해보자
And we'll be good
그러면 괜찮을거야
This time we'll get it, get it right
이제 바로잡을 시간이 왔어
It's our last chance to forgive ourselves
우리가 스스로를 용서할 마지막 기회야






笹川美和(사사가와 미와) - おやすみ(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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