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데이트 #1

"세기말 대히트"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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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날이었을 거라고 생각해.


나의 세계가 끝이 나던 날, 내 마음의 세기말이 찾아온 그 날,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가운데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나를 향해 웃으며 서 있던 당신을 처음으로 눈을 뜨고 보게 된 바로 그 날에,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기로 선택했다.


평생 당신만을 향해 살기를 선택했다.


세계의 잔해를 헤치고, 세계 밖으로 나는 걸어나간다.


세계 밖에 있는 당신을 만나러 간다.


이것은 우리의 세기말 데이트다.


당신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마냥 설레기만 한, 당신을 만나기도 전부터 이미 시작된 우리의 데이트다.


어디에 당신이 있을지 몰라, 어느 곳에서라도 당신을 마주칠까 사려깊게 살펴가는 고운 길이다.


당신도 그 반대편에서 나를 향해 살펴오고 있을 것이기에 더욱 고운 이 길이다.


우리가 마침내 서로를 마주하게 된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달려가 서로의 품에 뛰어들게 될 그 때에,


그건 세기말 대히트다.


세기말을 들썩이며 피어난 세기말의 대하트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정해놓았다.


무너지는 세계 사이로 처음으로 눈을 뜨고 보았던 당신의 마지막 말이 그러했다.


이것은 당신과 내가 서로 사랑해가는 세기말의 이야기, 이야기를 넘어서고자 하는 대히트의 이야기,


우리의 세기말 데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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