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데이트 完

"신세기 대하트"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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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호스피스 병동의 하얀 시트 위에서 죽었을 때, 나의 세계는 끝이 났다.


이것은 스토리가 아니다. 처음부터 스토리의 끝에서 시작했다.


내가 알 수 없던 것은,


세계가 무너져내릴 때 왜 당신은 어떤 흔들림도 없이 나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는가다.


떠나는 건 당신이면서 왜 당신이 나를 위로하고 있었을까?


영원히 사랑하기로 정해놓았다고, 왜 그렇게 환히 웃고 있었을까?


그게 너무나 알고 싶어서, 이제는 어디에도 없는 당신을 찾아 나는 떠났다.


당신과 함께 살았던 그러나 지금은 무너진 세계를 여행하며, 나는 당신이 사랑했던 것들을 하나씩 만나왔다. 당신이 어떠한 마음으로 그것들을 사랑해왔는가 그 심정을 당신처럼 경험했다.


그리고 알아버렸다.


당신이 사랑했던 것들을 살펴가며 결국 그 끝에서 찾게 된,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것이 바로 나였다는 것을.


세계가 무너져도 당신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바로 당신의 전부인 당신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그건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질 수 없다.


당신이 사라져도,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그 세계가 지금 여기에 남았다.


당신이 남긴 내가 여기 있다.


당신은 그걸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당신이 사랑했던 것을 사랑해감으로써, 그 끝에서 나는 사랑받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본 이 눈빛이 바로 나를 바라보던 당신의 눈빛이었을 것이다.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가장 사랑받는 이 만남 속에서, 나는 당신이, 당신은 내가 되어 있다.


우리는 함께다.


영원히 함께 사랑받고 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한다.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엄마.


사랑해.


누군가는 이 글을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나 애인의 이야기로 읽어줄 수도 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엄마다.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삶이다.


그러나 누구여도 상관없을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실제에 관한 어떤 것이다.


나는 무너진 세계 속에서, 당신이 사랑했던 것들을 통해 다시 삶을 시작한다.


다시 세계를 세워간다.


당신이 사랑했던,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 세계가 "탕!" 발소리를 경쾌하게 울리며 일어선다.


지면에 존재가 안착하는 대히트의 소리다.


당신이 없는 세계를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사랑한 세계가 이제 걸어가는 것이다.


신세기의 대하트가 또 승리했다.


이것은 좀비를 때려잡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정하자. 아마도 마음의 아포칼립스 장르였던 것이 분명하다.


무너진 세계 속에서 당신과 내가 어떻게 사랑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가,


다시 또 당신을 만나,


당신의 숨결을 느끼며 영원히 함께 숨쉬어가는가,


그러한 나의 삶에 대한,


우리의 만남에 대한 기록,


우리의 세기말 데이트다.


당신을 향한 나의 전부인 대하트를 담아 당신에게 전송하는 연애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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