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상담자로 살기 #7

"시간을 그 품에"

by 깨닫는마음씨




우리가 어떠한 심리학의 이론으로든 상담의 방법론으로든 타인에게 결코 해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불안에 대해 그 어떤 것도 해줄 수 없습니다.


타인의 불안을 없애주려고 하거나 해결해주려고 할 때 우리는 반드시 이상한 길로 빠지게 됩니다. 타인의 불안을 임의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말해 우리가 전능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불안에 대해 오해할수록, 자기를 신이라고 주장하려는 매우 일그러진 길을 가게 됩니다.


특히 불안은 하나의 감정상태라고 생각할 때 이러한 일은 자주 생겨납니다. 그러나 불안은 감정상태라기보다 차라리 존재상태라고 이해하는 편이 낫습니다.


우리가 불안한 것은 우리가 시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존재는 시간 속에서 존재합니다.


그래서 불안은 존재상태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시간과 싸우는 일'입니다.


이 일은 비유하자면, 우리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산소와 싸우는 일이고, 물고기가 물과 싸우는 일입니다.


시간과 싸우고 있을 때 불안은 더욱 큰 두려움이 되어갑니다. 이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자신의 노화가 두려운 이들은 갑자기 정치를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지구온난화를 염려하고, 각종 음모론에 빠져듭니다.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두려움의 대상을 임의적으로 설정해, 그것만 없애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라는 판타지의 공식을 적용하는 중입니다.


실존상담자로 산다는 것은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삼는 일입니다.


포도는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삼음으로써 와인이 됩니다.


이것은 또한 죽음을 자신의 편으로 삼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포도로서는 죽지만, 와인으로서 새롭게 살아납니다. 더 그윽한 빛과 향기를 갖고 존재의 깊이가 깊어집니다.


이것을 '질적 변화'라고 합니다.


죽음은 질적 변화입니다.


시간은 반드시 이 질적 변화로 우리를 이끌어갑니다. 언제나, 존재의 끝에 시작이 존재합니다.


"시간이 나를 변화시켜주리라."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삼아 사는 이에게는 이 신뢰가 있습니다. 이것이 아직 신뢰가 아닐 때는 불안으로 경험됩니다. 그렇다 해도, 분명하게 불안은 우리에게 질적 변화가 이루어질 때가 왔음을 알리는 징조입니다.


불안은 선택의 기회입니다.


썩은 포도가 될지, 와인으로 성숙될지의 기회입니다.


이렇게 비유해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가슴에 사랑을 안은 포도만이 와인이 됩니다.


시간을 자신의 품으로 받아들인 이는 언제나 그 존재가 질적 변화를 일으켜 무르익습니다.


시간이야말로 인간의 연인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시간을 사랑할 때, 우리가 품에 안은 그 시간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연애를 하면 회춘한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비유가 아니라 사실일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는 노화되어가도, 그 눈빛 속에 늘 젊은 영혼의 광채를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당신이 그러하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의 최고의 연인은 어쩌면 시간입니다. 시간은 당신의 적이 아니라, 당신이 당신인 그 모든 것입니다. 누구도 감히 다 알 수는 없을 당신의 인생 전체가 시간입니다. 시간만이 당신을 알고, 당신만이 당신의 시간을 압니다.


그러니 시간에 대한 상태인 불안에 대해서는 우리가 타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해줘야 하는 것은 더욱더 아닙니다. 당신과 당신의 연인 사이를 다른 누군가가 방해해서는 결코 안될 일입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연인인 두 분이 꼭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약의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당신이 시간을 품에 안고 영원히 걸어갈 그 길을,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를 것이며, 당신의 인생을 최고로 잘 살아낸 당신을 우리는 또한 실존상담자라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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