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작은 사물이나
인물의 초상을 그렸었다.
그래 봤자 4장이지만.
이번에는 초상이 아닌 전신이 그려보고 싶어 졌다.
아무래도 전신은 비율도 그렇고 신경 쓸 게 더 많아서 망설였지만
조금씩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쌓였다.
이번에도 펠레다.
영화 '정복자 펠레'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까 봐 꾹 참고 있는 중.
다만 '펠레가 성장해 축구로 세계를 정복한다'는 영화는 아니다.
그 펠레가 이 펠레는 아니다.
보면,
나는 너무 좋다.
냥이에게 우유를 나눠주는 펠레.
하지만 곧 어린 감독관에게 구박받는 장면이 이어진다... 고 기억된다.
사람의 옆얼굴을 그릴 때
오른편 얼굴이 왼편 얼굴보다 그리기가 훨씬 어려웠다.
따뜻한 햇살에 약간 씨쓰루 느낌이 되어버린 옷소매와
반사광을 받은 부분이 마음에 들게 표현되었다.
'연기는 리액션'이라더니 '그림도 반사광'인가.
반사광에 좀 더 신경을 썼더니 그림이 확 살아났다.
날린 듯 그린 냥이도 마음에 든다.
완성하기 전 그림의 펠레는 머리가 더 작았었다.
실장님에게 보여주었더니
"왜케 소두래..."
그러고 보니 정말 머리가 작았던 게 눈에 띄었다.
수정하다가 실수를 할까 봐 레이어를 추가해서
소두를 조금씩 키워나갔다.
(그림 위에 투명한 종이를 깔고 그리는 개념으로 원본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얼굴 색감 지적질 때문에 또 수정...
나중에 완성본을 보여드렸더니
머리 비율도 그렇고 얼굴색감도 너무 좋단다.
그림을 그릴 때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주관에 빠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
혼자 간직하는 것도 괜찮지만 창피해도 자랑하듯 보여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직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라도
극복하고 나면 결과가 훨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