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나 사진을 보고 몇 번 그리다 보니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남들은 어떻게 그리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이번에는 그림을 보고 그려보기로 했다.
그림을 공부했던 친구도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고 그리는 것도
그림 그리기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배송 중 어느 집 앞 폐지더미에 놓여있던 책을 가져왔다.
올 컬러 양장본인 셈이라 꽤 비쌀 거라 여겼는데... 가격이 무려 3,000원?!
1973년 출판.
현대 세계 미술 대전집.
'드가, 로댕, 부르델'이라 적혀 있는 단단한 겉표지의 두껍고 무거운 책이다.
드가의 것을 그려보기로 했다.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드가'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의 그림도 잘 모르겠다.
그의 1867년작 '젊은 부인의 초상'이다.
원작은 좀 더 온화하고 풍성해 보인다.
그림에, 그린 사람의 얼굴이 나타난다고 그 친구가 얘기해주었고...
원래는 지금 것 보다 더 마르고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이마도 짱구였고...
그래서 뼈도 좀 깎고 주사도 놔주고 리프팅도 해서 그나마 이 정도가 되었다.
그려보기 전엔 '사진이 아니니까, 그림이니까 좀 더 쉽겠지...'했지만
막상 그려보니 이것도 '그림 사진'인지라 마찬가지로 쉽지 않았다.
색을 내는 것도 만만치 않아서 나중엔
'그래 꼭 똑같이 베껴 그릴 이유가 없지. 나만의 느낌으로...'
하는 심정으로 마무리했다.
팽팽하게 주름 없는 얼굴에 머리도 비슷하게 올린 것 같아 그리는 동안 자꾸 자괴감이 들었다.
'그 사람 그리려고 한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