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그림을 그리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그리고 싶어졌다.
하긴, 싫어하는 걸 굳이 그리고 싶을까.
언젠가는
싫어하는 것들도 그려보게 되겠지만
우선은 좋아하는 것부터 그리고.
예쁜 조카를 그려봐야지.
장난스레 "야~ 야~"라고 불러 버릇했더니
자연스레 '야야삼춘'이 되었고, 지금은 '야야'가 되었다.
어린아이를 그리는 게 쉽지 않았다.
특징을 잡아내기도 어려웠고 뽀얀 피부도, 무엇보다 순순한 표정을 나타내기가 어려웠다.
좋아하는 조카를 그리려다가 자꾸 짜증이 났다.
잘 안 그려질 때는 내 생각을 버리고 보이는 데로 그린다.
눈썹이 이렇게 생겼었나?
머리가 이렇게 컸었나?
목은 왜 이리 짧아.
이빨이 참 가지런하네...
이런 모든 걸 올망졸망 모으다 보니 예쁜 조카 모습이 되어갔다.
이번에도 포기할까 했지만,
힘들면 놔뒀다가 틈틈이 한 획이라도 보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그림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이것도 에펠 효과인 건지...
당분간 아이는 안그리는 걸로.
"삼촌 어떻게 생겼어?" 물었더니
"못생겼어!... "
못생긴 사람한테 못생겼다고 말하다니...
야! 나도 어릴 적엔 너처럼 생겼었어.
"근데... 이뻐~"
못생겼지만 이쁘다니,
참 시적인 표현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발육이 약간 더디다고 동생은 걱정이지만
건강하기만 해, 시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