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센티미터 (2007)
초속 5cm.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란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 정보가 이 영화를 보고는 뭉클해진다. 5cm. 손가락의 한마디라도 될까? 1분을 움직이면 3m. 저만큼 날아가 버리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지는 벚꽃이 참 낭만스럽다.
별을 쫒는 아이를 통해 이 감독의 특성을 이해했다. 사진보다 더 화려하고 사실적인 배경은 그의 전매특허 인 듯 하다. 그런 하늘, 그런 풍경들을 조합하려면 멋진 포토샵 필터가 필요할 듯 한데, 때로는 노출을 많이 주고 때로는 색감을 조절하여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늘 보던 풍경이지만 더 멋있다.
그런 풍경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도 있더라. 제패니매이션을 보면 역동적인 것들이 많아서 다소 심심하게도 느껴졌지만, 소년과 소녀의 나래이션이 흐르는 에피소드는 애절하고 설레고 안타까웠다. 소녀를 찾아가는 소년의 여정은 비록 반나절밖에 안되는 기다림이었지만 참으로 절절했고, 짧은 만남을 정말로 짧게만 그려서 더 여운이 길었다. 구구절절하지 않아 좋았다.
그래서 두번째 에피소드인 소녀의 짝사랑도 좋았다. 미처 고백하지 못하고 맴도는 그녀가 흘린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소년의 마음에는 아직도 첫사랑의 그녀가 계속 있어 받아들이지 못했겠지. 사랑은 참 어려운거다.
만날 수 있을텐데 시간이 묘하게 틀어지고 어긋나고.. 막상 만났어도 어찌할 수 없고, 그러다 결국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리건만 우리는 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혼자서 아파한다. 그 아픔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까? 뒤돌아 서서 살짝 미소짓는 그 소년의 뒷모습을 괜스레 응원하고픈 아름다운 애니매이션.
비슷한 감정을 추억하는 사람에게는 촉촉한 감성에 위로가 되겠지만, 예쁜 화면으로만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첫사랑을 가끔 그리워 하는 사람에게는 강추!
이만큼 공부했으니 이제 '너의 이름을'을 봐도 되려나~
별을 쫒는 아이 (2011)
너의 이름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