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 (2017)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집중도 있게 봤다. 누구나 관심있는 그 돈.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말이야 방구야) 빈부에는 확실히 귀천이 구분되는 세상이니 말이다. 예전에야 명예니 지식이니 했지만 요즘은 최종 끝이 결국은 돈으로 가는 모양이다. 어쨌든 이건 결국 그 돈 이야기다.
가장 지저분한 일을 인간답게 한다. 작업 대출이라는 게 그런 의미인가 보다. 신용불량으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직접 대출을 해서 피빨아먹는게 아니라 은행에 소개(?) 시켜서 은행을 사기치게 만든다는 거. 잉? 그게 인간답게라고? 범죄자를 만드는 건데?
여기서 제일 제 정신은 아이러니하게 민재의 아버지, 어머니. 가장 도덕적인 가정에서 머리좋은 녀석이 나왔는데 사는 게 너무 힘들었던 거다. 그것도 돈 때문에. 이 영화가 참 묘한게 분명 무지 나쁜 놈인데 너무 연민이 간다는 거다. 그게 임시완의 힘이라고 믿는다. 미생에 나오는 얼굴 그대로 깐족대지만 진심을 지닌 임시완을 갑자기 응원하는 내 모습을 보며 희안하다고 생각했다. 녀석.
영화는 전형적인 사기꾼 영화이다. 오션스 일레븐처럼 속고 속이는 반전. 어차피 모두가 나쁜놈이라 누가 이겨도 결국은 주인공이 이기겠지. 그래도 어떻게 이기는가가 재미있는 영화다. 주인공이 범죄자인게 좀 흠이지만 이이제이라고나 할까?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 그치만 나쁜 놈은 나쁜 놈일 뿐. 하지만 개과천선을 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그렇기에 힘든 달동네 계단을 올라가는 마지막 엔딩은 나름 의미있었다. 쉽게 돈을 벌려고 하지만 결국 그 돈의 무게는 그런게 아니었다는. 힘들게 계단을 올라 그 돈을 전해줬을 때 장과장의 마음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진구는 태양의 후예에서도 멋진 서브로 나왔는데 여기서도 제법 멋지다. 큰 축을 잘 잡아주는 배역. 영화 '암살'에서 카와구치를 맡았던 박병은씨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냥 나쁜 놈 같아서.. 별로. 난 이야기가 있는 나쁜 놈이 좋다. 아니면 이동휘처럼 재미라도 있던지. 이동휘는 그 캐릭터가 계속 소비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물론 그래서 더 성공할 수도 있겠지. 그런 사람들 중에 가장 성공한 사람이 유해진 아니었던가?
앗 참. 작업대출이 정말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냐는 임시완의 질문에 답한 진구의 대답은 인상깊었다. 그게 오늘 이 글의 제목이다. 양심이 있기에 그렇게 믿지 않으면 그럴 수 없는 거다. 조금 더 착한 도둑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도둑일 뿐. 나름 괜찮았던 영화, 그리고 대사들이 넘쳐나서 정말 좋았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