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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Aug 08. 2017

문득, 만나다

미련이 다시 들러 붙다

우연히 만났다. 우연이었는데 우연이 아니었던 것처럼 '체'하였다. 너무나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눈빛 하나도 몸짓 하나에도 조심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미련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 자존심이었다.


감기에 걸린 수척한 모습. 괜찮냐고 목젖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기 위해 꽤나 참았다. 손끝에 발려진 예쁜 매니큐어를 칭찬하고 싶었는데 그 또한 삼켰다. 그러다 보니 그 우연한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의례히, 형식적인 이야기만 나누고 그렇게 지나쳤다.


한 마디 더 나눈다고 지나간 시간이 돌아올리 없건만 그 시간을 그렇게 소비하고는 아직 남은 미련이라는 그 놈을 무지하게 원망했다. 떼어내려고 해도 떨어지지 않는 그 놈. 볼 때마다 들러붙어 나를 흔드는 놈.


그나마 다행인건 그 잘난 '체' 덕분에 그 사람은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게 내 배려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행복하다. 그 동안 내가 줬던 아픔에 자그마한 반창고는 되어 주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괜한 혼자만의 걱정만. 쓸데없는.


다시 문득,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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