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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Aug 01. 2017

사랑을 쓰다

그래 난 글로 사랑을 배웠다


사랑을 쓰다.


그 동안 내가 겪었던 사랑의 기쁨, 아쉬움, 슬픔, 아픔을 썼다. 쓰고 보니 내 사랑이 참 거지같다. 멋진 로맨스 소설이 되고팠던 건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었지. 현실은 냉혹하다.


거기에는 한 순간의 희열을 느끼기 위해 꽤나 오랫동안 준비했고, 기다리다가 그 근처에도 못가보고 낙오해서 그리워하는 상처투성이 조난자만 있을 뿐이었다. 남겨진 나는 정상을 바라보며 그 정상이 아직도 있음을 간직하며 그저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산이 하나 뿐인 건 아니었다. 언제나 이 산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오르기도 전에, 올라가다가 포기하곤 했다. 정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면 수많은 봉우리들 중 하나였을 뿐, 진짜의 실체도 몰랐던 적도 있었다. 올랐건 못 올랐건 나만의 산이 아닐지도 맞을지도 모른다고 늘 회의했다. 남는 건 또 다른 산에 대한 갈증뿐.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고 나에게 오는 건 아니다. 산에 올라갔다고 그 산이 내 것이 되지 않듯이. 그냥 나는 기억으로 저장하고 추억으로 소비할 뿐이다.


그렇게 사랑을 추억으로 쓰다. 소비하는 동안은 즐겁더라. 그래서 쓴다. 그게 배설이든 감성팔이든. 중독이 되어 취해 우울해질때까지 쓴다.


그런 사랑은 정말 쓰다. 두통약을 한다발 부어도 진정되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아파온다. 알코올의 힘을 빌리지 말아야 할텐데 잠을 자기 위해 붓는다. 그러다 또 아파온다. 역시나 술도 쓰다.


다시 글을 쓴다. 그리고 사랑도 쓴다. 쓴 약을 먹고 기억 속에서 서서히 지운다. 쓴 사랑에 달달한 마끼야토를 넣어 밍밍한 아메리카노를 만든다. 그렇게 조금씩 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언젠가 이 글을 지울 수 있겠지. 참으로 유치하고 쓸데없는 생각들. 이 조차도 멋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아직 쓴 맛을 제대로 겪지 못한 풋내기 글쟁이인가 보다. 그래서 다시 열심히 쓴다. 글을, 사랑을, 아픔을. 그리고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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