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보내는게 아니었다
모처럼 만났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걸 대충 알고 있었지만 문자로 이야기를 묻기엔 너무 멋적었다. 아니 한 번 물었었다. 문자로. 너무나 간단한 대답.
있을만 해
힘들지는 않은데 피곤하긴 하네
밤 늦게 집으로 가는 사람에게 더 긴 이야기가 중요하지 않을 듯 했다. 내게 꼭 대답을 해 줄 필요는 없지. 그래. 내가 뭐라고.
그렇게 잊혀지고 잊고 다른 사람 통해 소식을 전해 듣다 모처럼 만났다. 정말로 익숙한 그 술자리에서.
요즘 어떻게 사느니 직장 상사는 어떻느니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제 TV에 누가 나왔냐 그 연예인은 왜 그러니 우리 팀(축구)가 더 잘한다느니로 불이 붙었다. 웃고 떠들기를 몇 시간. 시간은 그렇게 갔고 집에도 그렇게 가야했다. 너무나 금방. 할 말이 많은데.
같은 방향의 버스 정류장이었다. 같이 걸어가는 동안에도 푸념섞인 직장 이야기 들어주고 안부를 다시 물었지만 내가 정말로 묻고 싶었던 건 그건 아니었다.
손 잡아도 돼?
너의 새하얀 손이 내 눈에서 계속 아른거렸는데. 그 날은 좀 쌀쌀했다는 핑계로 말을 건네고 싶었는데 너무나 빨리 정류장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 버스는 금방 도착하고, 이젠 떠나보내야 할 시간. 잘 가라는 인사로 잡은 손이 왜 그리 촉촉한지. 집까지 같이 바래다 주고 픈 마음을 전했지만 살짝 밀어내는 그 말짓에 너무 쉽게 포기해 버렸다. 따라갈걸. 그게 무슨 피해를 주는 거리고. 그냥 먼저 내리게 하고 나는 조금 더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그만인데 왜 주저했을까.
잡았어야 했다. 잠깐이라도 손을 잡고 진심을 전했어야 했다. 그냥 옆 자리에서 좀 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줬어야 했다.
하고 나서 하는 후회가 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것보다는 좋다는데 나는 오늘도 또 그러고 있다. 못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