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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Oct 03. 2018

좋다 말았다

쓴웃음만 난다

모처럼 부서별 회의를 하는 날이다.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저녁에 모이니 식사도 하고 뒷풀이가 끝나면 다들 집에 갈 것이다. 그래 오늘은 내가 집에 데려다 주자. 그래서 함께 있는 단톡방에 내일 차를 가져감을 알렸다. 가장 집이 먼 그 사람 집 앞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고 넌지시 흘렸다. 가는 김에 몇 사람 더 태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어쨌든 가장 먼 곳에 사는 그 사람과는 마지막에 같이 갈 터이니.


그 사람도 차를 잘 가지고 다니기에 좀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데려다 주겠다고 말을 흘린건데, 가져오면 말짱 꽝이다. 기대 반 설렘 반. 나쁠걸 기대할 필요는 없지. 그건 닥쳐야 아는 거니깐.


‘모처럼 지하철을 탔는데, 생각보다 여유가 많네. 좀 있다 봐요’


단톡방에 메시지가 하나 온다. 아싸. 그 사람이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어제 미끼를 투척한 것이 이렇게 되는 구나. 혹시 내가 데려다 준다는 걸 마음에 두고 그런거 아닐까? 착각은 자유일텐데.


‘오늘은 저녁식사 안 하고 빨리 끝내지요’

‘네? 저녁 먹는거 아니었어요?’


다들 일찍 퇴근해서 좋아하는데 나만 항의하고 있다. 젠장.


‘잘 되었네요. 오늘 시내에 약속이 있어서 차도 안 가져왔는데’


역시나 젠장.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나 때문에 뚜벅이였던게 아니었는데.


알면서도 기대하게 되고 기대했다가 아닌 걸 알고

실망하고 그걸 알면서도 또 다시 도전하는

지옥같은 도돌이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는 그런 해피 엔딩이 언제나 있는 건 아닌데. 내가 주인공인줄 착각하는 이 버릇은 언제나 고쳐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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