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슬프지만
어쩌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물론 예쁘고 멋있다. 이야기를 하다가 눈이라도 맞출 때면 나를 향한 그 웃음이 온전한 나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설레이고 얼굴이 빨갛게 익어 버린다. 그래서 때론 눈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만, 오해하지 마라. 그대가 싫은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니. 내가 너무 그대를 사랑하는 티를 내고 싶지 않은 건 그대는 누구에게라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니. 누구나 좋아할만한 그대를 나만 독점할 수 없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그대가 따스하다는 건 그대를 겪어본 사람만 안다. 또 다행히 나는 그 경계안에 들어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랬/었/다. 술 먹고 밤 늦게 전화해도 이상하지 않았고, 힘이 들 때 서로를 찾아 위로해 줄 수 있었다. 독점하고 싶어 아웅바둥했던 나를 받아 주고 투정부리면서 때로는 삐지고 외면했던 그런 나를 여전히 친구로 두고 있는 걸 보면, 그대는 정말 따스하다. 그 온기가 비록 예전만큼의 수준으로 가까이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다. 핫팩 하나에 몸을 녹이면서 잠들 수 있는 고양이가 된 것처럼 나는 금새 그대 품으로 몸을 비비고 들어가고 싶어 진다. 그런 나를 그대는 여전히 목줄로 채워 놓지만 그래도 좋다. 그 줄을 잡고 있어만 줘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서.
나보다 더 나를 잘 알 때가 많다. 그래서 기대고 싶다. 문제를 만나면 해결하고 싶은 데 그 길을 때로는 알려준다. 물론 어떻게 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열심히 들어주고 호응해주는 게 다인데도 나는 그 앞에서 열변을 토하고 그 속에서 실마리를 얻는다. 나와는 다른 시각. 틀렸다고 이야기해주는 그대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사랑하면 안된다고 도리질을 쳐도 그 앞에서는 늘 웃음만 나온다. 만나러 가는 그 길이 그리도 행복하고, 기약없이 헤어질 때 온 세상을 다 잃은 기분이 들지만 그것도 사랑이기에 즐겁게 받아들인다. 멋들어진 풍경이 나부끼는 곳,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재미있는 놀거리가 가득한 장소에 들를지라면 금새 그대를 생각할 수 있어 행복하다.
사랑하는 데에 이유가 있어야 하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기분. 더욱 빠지고 싶은데 혼자만 허우적대니. 그건 죽을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