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랜벗 Jan 08. 2019

지금은 세시

잠이 오지 않는다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 시간에 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못내 기다렸던 발걸음을 옮긴다


즐거웠던 기다림이었는데

오지 못하는 건 피치 못할 일 때문이었는데

그래도 기다렸던 나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못 오는 걸

그렇게 쉽고 편하게

말하게 하면 안되는데


나의 배려를 그렇게 쉽게

몇 개의 메시지로 넘기면 안되는데


따져야 할까 따지면 뭐해

분명 그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텐데


하지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있으려고 그랬나

나는 그냥 친구일 뿐이지 연인은 다른 사람이겠지


망상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원망으로 내려 앉는다

왜 쓸데없는 착각을 하게 만나자고 한거야

말이 좋아 친구지 결국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 아냐

그냥 자기 편하자는 그런 이기적인 친구는

내가 거부할거야


그리고 남는 건 저주와 혐오뿐

차단했다 차단풀다 글을 쓰다 지웠다가

관계를 끊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도 커졌다가

다시 작은 희망을 꿈꾸면서 절망을 지우기도 한

너무나도 긴 불면의 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종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