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다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 시간에 오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못내 기다렸던 발걸음을 옮긴다
즐거웠던 기다림이었는데
오지 못하는 건 피치 못할 일 때문이었는데
그래도 기다렸던 나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못 오는 걸
그렇게 쉽고 편하게
말하게 하면 안되는데
나의 배려를 그렇게 쉽게
몇 개의 메시지로 넘기면 안되는데
따져야 할까 따지면 뭐해
분명 그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텐데
하지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있으려고 그랬나
나는 그냥 친구일 뿐이지 연인은 다른 사람이겠지
망상이라 생각했는데 점점 원망으로 내려 앉는다
왜 쓸데없는 착각을 하게 만나자고 한거야
말이 좋아 친구지 결국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 아냐
그냥 자기 편하자는 그런 이기적인 친구는
내가 거부할거야
그리고 남는 건 저주와 혐오뿐
차단했다 차단풀다 글을 쓰다 지웠다가
관계를 끊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도 커졌다가
다시 작은 희망을 꿈꾸면서 절망을 지우기도 한
너무나도 긴 불면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