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2019
더운 여름에는 영화관이 딱. 적당한 가격에 쾌적한 환경이 있고, 재미있는 영상과 경험을 가진다면 그걸로 완벽한 피서가 될 듯 하다. 그래서 고민한 영화는 엑시트와 봉오동 전투. 왜 분노의 질주는 시리즈 자체가 그리 땡기지 않는지 모르겠다. 두 영화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선택한 것은 코미디 영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웃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골랐다. 딱히 내가 역사인식이 없는 인간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외유내강 제작사. 타이틀 롤이 처음 시작되는데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이다. 류승완 감독이 생각나더라. 부인의 성과 자기의 성을 따서 만들었다는 그 제작사라 기억에 남았던 듯하다. 밖으로는 유, 안으로는 강. 그래서 나왔던 게 베테랑이었던가?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통쾌하고 비비 꼬이지 않고. 그런데 액션도 탁월한 그런 영화였기에 이 영화도 살짝 기대가 되었다.
조정석은 역시 조정석이다. 납득이로 나왔을 때에 비해서 많이 늙었다. 하하. 그래도 그의 서글서글한 연기를 보자면 마치 송강호나 황정민에게서 느낄 수 있는 연륜이라는 걸 느끼게 한다. 찌질하지만 열심히 사는 소시민을 참으로 잘 연기한다. 윤아는 의외였다. 보통 재난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역할은 수동적이고 민폐 역할이 많았는데, 캐릭터를 잘 잡았다 싶었다. 도와줄 때와 도움 줄 때가 명확한 두 사람.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이 촬영 그냥 날로 먹은 건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SOS를 뜻하는 전 세계 공용 모스 부호라고 한다. 이게 이 영화에서 뜰 줄이야. 엑시트 무대인사에서 윤아가 그 이야기할 때만 해도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초반에 옥상 위에서 다 같이 핸드폰을 들고 할 때에도 그닥. 그런데, 스피커를 들고 오면서 빵 터지고 말았다. 목소리로 전달한다고 헬기에서 들리기야 하겠냐만. 그 상황이 참 재미있더라. 그리고 저 모스 부호. 한동안 안 잊겠지?
진짜 재난이 무엇인가. 유독가스가 도시에 뿌려질 상황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거보다 취업난에 빠지고 결혼도 못하고 (혹은 안 하고) 직장에서의 갑질에 시달리고 그런 게 알고 보면 삶의 재난이 아닐지. 재난의 처참함보다 그 재난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도 찔끔 나고, 스트레스도 풀게 되더라. 아마도 저 두 친구는 전국구 스타가 되지 않았을까? 드론을 그렇게 쓰다니 그것도 참 재치있는 발상. 그렇게 까지 멀리 조정이 되는 거였나? 안될 거 같은데, 뭐 영화니까 이해한다.
아래 스틸의 출처는 다음 영화
총평하자면
1. 시간을 순삭하게 하는 몰입도
2. 소소한 웃음과 쫄깃한 긴장감
3. 재난의 슈퍼히어로는 드론이었어
한 줄 요약 : 살기 위해 뛰어라. (feat 런닝맨 재난 ver)
안 본 사람들에게는 추천. 굳이 두 번 볼 필요는 없지. 의미 찾는 영화는 아니고. 암벽 타는 것도 액션 영화다! (갑자기 클리프 행어가 생각나는 군. 작년에 개봉한 스카이 스크래퍼도 비슷한 장르던가? 그런데 드웨인 존슨보다는 조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