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랜벗 Aug 31. 2016

내가 무거워서 슬픈 짐승이여~

말을 만나다. 승마체험


사이즈가 참 크다. 말을 영화나 드라마로 보는 것과 실제 보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영화에서는 작아 보이고 우스워 보였는데 막상 곁에 가려니 두근거린다. 무섭기까지 하다. 저 큰 발로 뒷발치기를 받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안장에 올라타 고삐를 쥐어 본다. 카우보이 같은 멋진 자세를 잡기가 어렵다. 회전목마처럼 가만히 있어주면 모르겠지만. 숨을 쉬는 근육의 움직임마저 느껴진다. 이 땡볕에 내 몸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녀석이 가엾다. 그래도 떨어질 수는 없기에 안장 앞 부문을 꽉잡았다. 고삐도 잡았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차피 박차를 가하며 달릴 것도 아닌데.


참 더운 날이었다. 땡볕에 그 구간을 딱 세번 도는 건데도 땀이 흘렀다. 말 앞에서 고삐를 쥐고 인도하는 도우미분들도 땀을 뻘뻘 흘린다. 말은 안 더울까? 그래서 그런지 녀석이 내딛는 발걸음이 터벅터벅하다. 그 위를 타고 있는 내 모습을 타박해 본다. 뭐가 재미있다고 냉큼 말에 놀라탔는가. 아이들 체험으로 승마장을 오긴 했지만 내심 마음은 불편하다.


말이 불쌍하다. 마굿간 창살 너머로 당근하나 더 먹겠다고 발을 구르고, 얼굴을 내미는 모습이 아이들처럼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 힘차게 초원을 뛰어 놀아야할텐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모습을 네 선조들은 알려나? 그나마 여기는 국제 승마장이라 가끔은 질주할 수 있어 좋겠다.


말에게만 유독 이런 생각을 품는 이유는 그 큰 두 눈도 그렇지만 내가 올라타 봤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움직일 때마다 나의 심장도 함께 뛰는 듯 그 느낌이 새롭다. 옛날에 태어나 말 한 필을 가질 수 있었다면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 주었을 것 같다. 그래서 애마라고 하는구나.

동물과 교감한다는 것. 짧은 시간이지만 참 좋은 시간이었다. 당근을 주면서 말을 쓰다듬을 수 있던게 가장 좋았다. 그러면 왠지 내가 미안해 하는 마음을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도 먹이를 주면서 만지고 올라타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겠지?


말이 불쌍한 이유는 내가 무거워서니까 아이들한테는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게 좋겠다. 이번 승마체험은 나름 특별했다.


말 머리가 쑥 나오는 순간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매거진의 이전글 밀납인형과 떠나는 사진찍기 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