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국물이 아닌 소 국물이라니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디에선가 이야기한 것만 같지만..) 그래서 설렁탕, 해장국, 육개장 등 한 그릇으로 먹는 간단한 음식들에 대한 애정이 넘쳐 난다. 문제는 우리 가족의 식성이 모두 그러하진 않다는 점이지.
특히나 이 순대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분식집에서 먹는 보통 순대만 하더라도 아이들은 껍질을 걷어 내어 줘야만 먹는다. 학교 급식에도 나올텐데 이 버릇이 금방 없어지질 않는다. 아내는 입에도 대질 못한다. 이러니 병천 순대니 아바이 순대니.. 이런 것들을 맛보려면 오직 '나'만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우리 가족의 입맛과 다른게 이것만 있는 건 아니다. 순대, 곱창, 선지해장국, 홍어 등. 잘 보면 냄새가 나던지, 생긴게 오다쿠적인 그런 것들을 모두 기피한다. 난 이 모든 배후에 아내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나라를 뒤집을 정도가 아니니 이해해 주자. (뭐 나도 기피하는 음식이 있긴 하다. 해삼이나 개불, 성게는.. 그닥..)
어쨌든 최근 병천 순대와 신의주 순대를 먹고는 분식집 순대와 다른 퀄리티에 푹 빠졌다. 약간의 편견을 걷고 먹으면 꽤 맛있는데 여전히 먹질 않아서 결국 내 차지가 되었다. 아무리 맛나도 혼자서 먹는 건 우울한 일이다. 어떻게든 가족과 함께 먹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하다못해 아이들이라도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던 차, 사골순대국이라는 신기한 놈을 보게 되었다. 걸쭉한 국물이 아닌 약간 맑은 국물의 소사골 국물에 순대가 빠진 느낌이다. 일단 냄새도 그리 나지 않으면서 순대를 제외하고는 그냥 설렁탕이나 곰국에 가까운 느낌이라 오호라 했다. 이 정도면 아이들도 잘 먹겠다 싶었다. 설렁탕 매니아들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순대가 빠져있다는 사실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아이들에게는 비주얼도 중요했던 것이었다. 중요한 계기가 있지 않다면 한동안 집에서 순대국은 못 먹을 것 같다. 그래도 가끔 일요일 아침 혼자 일찍 일어나서 배가 고플때면 혼밥을 먹으러 이 집에 간다. 그 때 먹는 맛이란! 여유롭기도 하지만 무언가 일찍 일어나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는 생각이 더욱 뿌듯하다.
찬 바람이 슬슬 부는 요즘이야 말로 사골순대국 한 그릇. 왠지 마음까지 든든해 지는 느낌이다.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 아이들 꼬셔서 또 도전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