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는 그냥 거들뿐
사진없는 맛집 블로그를 운영해 볼까나? 라고 생각한 이유는 귀찮아서. 사진찍기가 귀찮아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들보다 더 잘 찍을 자신 없고 또 그게 그리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안들어서. 그래서 과감히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오기로 했다. (귀차니즘이란)
각설하고 오랜만에 간 곳은 칼국수집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해물칼국수나 고기맛 칼국수를 많이 먹었지만 처음 먹고 반했던 칼국수는 버섯과 미나리, 마늘이 잔뜩 들어간 바로 요 매운칼국수였다. 아내가 임신하고는 정말 자주 갔었는데 주차가 불편했고 게다가 이사가면서 한동안 발을 끊었었다. 그리고 등촌칼국수라는 이름으로 워낙 많은 가게가 생겼다. 비슷비슷했지만 맛은 달랐다. 뭐 나는 어디든 좋아하지만.
모처럼 그 맛이 생각나 찾아간 옛날의 가게는 이미 없어졌고 골목 안 쪽에 새로이 가게가 하나 있었다. 깨끗한 곳은 아니었다. 여전히 약간 허름하고 노포같은 느낌이 드는 곳. 주차하려면 꽤나 애먹을 듯 한 그 장소에 내가 먹던 그 맛이 숨겨져 있었다. 역시나 그 곳이 예전 그 곳이고 이사를 했단다.
등촌칼국수는 버섯과 미나리, 그리고 잔뜩 들어간 마늘이 일품이다. 버섯매운탕이라는 이름이 딱 들어맞는 그 비주얼에 칼국수 사리를 넣고 남은 국물로 밥을 볶아 먹는 것이다. 버섯과 미나리 대신 다른 생선들이 들어가도 생선매운탕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맛은 칼칼하고 시원하다. 특히나 끓고 나서 처음 먹는 버섯과 미나리 사이로 톡 쏘는 마늘은 숨을 한 번 턱 멈추게 한다. 조금 싱겁다 느끼는 사람들은 김치를 찾지만 나에겐 이 정도도 맵다. 물을 마시고는 또 다시 젓가락질. 그것도 모자라 다시 김치를 찾는다. 달짝지근하면서 맛나게 매운 그 맛. 그래서 이 곳을 못 잊나 보다.
점심시간이 꽤 지나서 갔는데도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다양한 연령대. 여기는 오직 한 가지 메뉴라 아이들은 못 먹을 듯 한데 일가족이 같이 온 사람들도 보인다. 젋은 사람들은 맛집 찾아 왔을까? 익숙하게 이모를 외치며 들어오는 친구들은 꽤나 단골인 듯. 어르신들도 많고. 홀 안 쪽 2층에도 방이 있는 듯 하다. 한 가지 메뉴라 빨리 회전되는 게 장점일 듯. 주차를 봐주시는 어르신도 계신다. 그러고 보니 전반적으로 연세들이 꽤 있어보인다. 몇 년이나 되었을까? 내가 처음 먹었을 때도 오래된 맛집이라고 했는데 그 이후로 17년이 넘게 흘렀으니. 와우.
오래된 집 답게 깔끔하다는 인상은 없다. 상 위로 두루마리 휴지가 올려져있는거나 포장이 안 된 물수건이 올려진 거나 예전 가스버너가 올려진 것들은 확실히 요즘 취향은 아니다. 뭐 그럼 어떠하리. 이곳이 싫으면 주변 등촌칼국수 지점을 찾으면 된다. 단, 맛은 완전 틀리다는 것!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끓는다. 미나리는 정말 신의 한 수이다. 그러고 보니 밥볶을 때 미나리가 송송 썰어들어간다. 김가루의 고소함도 좋지만 난 미나리가 더 좋다. 약간 싱겁다 생각이 들 때에는 덜어놓은 국물과 함께 흡입. 간이 딱 좋다. 처음에 맵다고 생각했던 게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니 칼국수를 빠뜨렸네. 여기 칼국수는 통통이이다. 납작이가 아니라 미니 떡볶이같다고나 할까? 우동면발보다는 좀 더 쫄깃쫄깃하다. 주인어른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사람도 많고 낯도 가리니 그냥 상상만 한다. 한 번 삶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끓여서 익혀 먹어야한다. 면 좋아하면 사리 추가해도 좋고, 난 미나리 사리 추가 강추이다. 천원밖에 안 한다.
다 먹고 나면 너무 많이 먹었다고 늘 후회하지만 든든함이 넘친다. 그리고 이 곳은 알싸함도 넘친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맛있다고만 하지만 나는 살짝 속이 쓰립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맛. 이런 곳이 계속 남아 맛있게 오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도 추억 속에 잊지 못하는 맛집이 있다는 것과 그 맛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는게 참 반가웠다. 이런. 나이가 드나보다. 이건 슬픈 게 맞겠지. 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