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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한 Feb 02. 2023

잡담 : 시골 의상실


휑한 읍내 다운타운을 타고 내려가는 길.

조그만 체구의 여자가 조그만 가게의 셔터문을 닫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유명 브랜드 의류 매장들도 줄줄이 망하는 여기 시골 읍내에,  언젠가부터 있던  조그맣고 낡은 개인 의상실. 


그 어느 한 곳, 사람 한 명  들어가는 것을 좀처럼 보기 힘든 여기 의류매장들 속. 

그것도 살짝 후미진 곳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허름한 의상실.

낭만적 감상에 젖어 한껏 들떠 지은, 이름부터 초짜 냄새 가득한 가게 ‘플로라’.  


'아~ 저 여인은 이 모진 세월 아침저녁 셔터문을 올리고 내리며 어떤 마음일까'


가게를 준비하며 꿈을 꾸었겠지. 

살짝 불안한 마음 없지 않았겠지만.

적지 않은 돈, 일생을 모았던 돈이거나 아니면 앞날의 효도를 생각하며 현재의 불효를 지었겠지.

크고 화려하게 시작하지 못하지만 자기의 감각이라면 할 수 있다 믿고 또 믿었겠지.


그러나 여기 토박이라면 알고 있는 사실 하나.

'절대 여기에 옷가게를 내어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차마 알지 못했던 아마 타지의 여인.


단 한 벌 팔지 못했던 하루라는 거... 그 옆얼굴 표정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근처에 차가 대어져 있지 않은 걸로 보아 가까운 어디에 숙소를 얻어 , 이렇게 깡촌 깊숙이 들어와 살고 있나 보다. 


매번 돌아오는 ‘내일’엔 장사가 잘 될 거라 믿고 가게문을 닫는 것일까.

그리 가까운 미래는 아니지만 어느 훗날 어떤 계기로 가게에 손님들이 북적거릴 거라 믿고 퇴근하는 것일까.


내일 입어야 하는 옷을 낮에 사지 못한 사람들이 급한 대로 자기 가게를 이용해 주기를 기다린다고

브랜드 의류 매장들이 불을 다 끈  이렇게 늦은 밤까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는 중이었을까.


아니면 나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눈을 뜬 곳을 떠나 어디든 가야 할 곳이 필요해서일까.



희망이 간당간당한 모든 여인들의 애인이고 싶다는 조그만  바람이

나비가 되어 마음속을 잠깐 날았다.


나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 모든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기를 캐 내주며 웃게 해 줄 수 있는데...


저 조그만 여인은 오늘 밤 베개 위에 머리를 얹고 무슨 생각을 하다 잠이 들까. 

잠을 자기는 하는 것일까. 



‘차장님, 빨리 오세요. 다들 기다려요’


내 구형 블랙베리 전화벨을 울린 여직원이 생기 넘치게 나를 불렀다.


시골 의상실 옆에 멈춰 선 내게는,  

전화기 너머 술에 취한 여직원의  넘치는 생기가 

그 순간  의상실 여자주인에게는 무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며 

또 마주친 슬픔 한 자락.


내일은 아끼는 회사 여직원 한 명에게 저 의상실 옷을 사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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