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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한 Jan 31. 2023

브런치 작가 17번 탈락한 이야기

지치지 않는 내 집념에 박수를!



브런치 심사원들이 괜히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심사원들은 사람의 심리를 읽는 느낌이 있다.


소재와 주제 없이 글솜씨 하나 믿고 덤비고 있다는 걸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브런치 글들을 읽어 보거나  합격한 후기 글의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글 자체는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어떤 글들은 초등학생이 쓴 글 아닐까 싶은  어이없는 수준에 헛웃음이 난다.

어떤 글들은 (나도 좀 그런 편이지만 ) 혼자만의 감성에 빠져 신비롭고 몽롱한  단어의 불꽃축제를 벌이고 있다.  


예제 ) 찬란하고도 황홀한 슬픔의 파도가 치는 이유를  변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도도한 저 갈매기는 알까


이런 글들에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해 내  좋은 글들을 떨어뜨리는 브런치라면 도전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자신이 싱글맘이고  애 아빠는 미군인데 흑인이며  애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애 아빠는  미국으로 떠난 후 마약에 손을 댔다가 마피아 갱단에게 총을 맞아 죽었다. 그리고 흑인 혼혈에 대한 편견이 아무래도 남아 있는 한국을 떠나 무작정 미국으로 가서 세탁소부터 마트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딜러가 되었다.

이 정도의 독특한 삶이  사실이라면 바로 합격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브런치를 접할 기회는 다소 희박하다.


그럼,  흔하디 흔한 삶을 사는 우리는 어떻게 합격할 수 있을까.



17번 탈락하면서 알게 된 건 다음과 같다.


* 작가 소개 :   

저는 누구 보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제 깊은 감정으로 써 내려가는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 입니 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일상의 의미와 소중함을 저는 잘 알아요.  <--  이런 건 좋지 않다


작가소개가 당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아련한 소개로는 탈락했다.

본문이  도시인의 시골생활에 대한 것이라서 작가소개에   '저는 언제나 시골생활을 동경하는 ~'   이렇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지금 뭐 하며 먹고 사는지 분명히 밝히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인지 진실되게 드러내야 한다.


'백수예요. 아무것도 잘하는 거 없어요. 가치관이 정립이나 되어 있는지 모르고 그저 살고 있습니다.

 돈에 대한 불안은 늘 있습니다.' <-- 차라리 이런 게 좋다


* 활동계획  :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작가승인 해 줘 봐야 활동하지 않을 도전자'라는 것을 여기서 콕 집어 가려내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엔 거창하게 썼다. 작가 통과만 되면  세상 유익하고 멋진 글은 다 쓸 것처럼.

                         1.  우리나라 상고사  : 고조선의 민족 구성. 과연 이들이 우리의 직계 조상인가

                         2.  삼국시대  : 그들은 서로 말이 통했을까

                         3.   발해 신라시대 : 왜 발해는 칭송되고  신라는 욕먹는가

                         4.  고려시대  :  최 씨 무신정권 이야기. 그중 제일 괜찮은 놈

                         5.   조선시대  :  위화도 회군이 없었다면 한글이 창제되었을까

            

이런 계획은 좋지 않다.   이 야기를 얼마나 힘 있게 자신의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우선 그 능력을 믿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브런치 생각에 이런 얘기들을 브런치에 실을 이유가 없다.


차라리 아래와 같이 좀 덜떨어져 보이지만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이 좋다.

                       1.  회사를 그만둬야겠어요

                       2.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뭘 할지 모르겠어요

                       3.  그니까 당분간 더 다닐래요

                       4.  이렇게 세월 보내면 난 결국 뭐가 될까요


* 제출할 글  : 

 위의  활동계획의 첫 번째부터 써야 한다.   글이 충분히 훌륭하고  어느 정도의 길이를 확보하면  한 편의 글로 족하다. 조금 불안하다면 두 편의 글은 써야 한다.   일상에 대한 글이라면, 멋과 과장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밑바닥에 떨어져 써야 한다.



* 마무리  : 

18번째 지원을 하고 난 후  이런 마음이 들었다  ' 이제 아무리 생각해 봐도  탈락할 이유가 없어'.


 탈락을 통보하는 메일은 빨리 왔다.  2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 날 오후에 신청했을 시  다음 날 점심 전에 왔다.   합격메일의 도착은  만 하루를 남기고 난 후에 왔다. 고심하는 시간  혹은 작가등록 절차에 시간이 좀 더 소요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불합격했다면, 나는 브런치 글쓰기 모임에 가입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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