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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Feb 11. 2020

브라보 마이 라이프 02

벌써 20년!  달고 쌉쓰름한 자영업분투기 03

한 달 수익 천만 원 보장!

최대 순익 5000 달성!!  1년이요?  아니지요. 한 달입니다. 사장님 농담도 잘하십니다.

중년 김 씨가 어디로 달아날까 봐 지 다리사이에 끼고 앉다 시 피한 영업사원이 침을 튀며 설명을 한다.

휴가는 가볍게 다낭이 좋습니다. 매장 걱정도 되실 테니까요. 세부도 근사하지? 김 부장? 거기가 골프 코스가 좋습니다. 캐디도 예쁘고요. 옆에서 똑같이 열변을 토하던 또 다른 김 부장도 덮어놓고 고개를 끄덕인다.


프랜차이즈 박람회의 바람난 분위기에 박람회장을 걷던 김 씨 아저씨도 이 씨 아저씨도 마음속으로는 이미 모두 모두 월 천 수익자가 되어 있었다.      

박람회장에서 걸어 나오는 중년 아저씨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아... 이런 설레임은 얼마만인가.

집에 있는 그 가구가 여리여리 미스킴이던 시절에 떨리는 마음으로 손 한번 스치던 그 가을밤에 마지막이었던가.

아.. 그래 나도 이제 새 삶을 사는 거야.

소박하게 월 천으로 시작하자

가만있어보자... 차는 뭘로 바꾸나...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월 천의 수익을 이미 어디다 써야 하나...

그 궁리까지 시작하는 것은

아직 박람회장을 채 빠져나오기도 전이다.          

 

처음에는 억대 매장에 수천만 원 가맹비에 직원도 여럿 두고 떵떵거리고 시작한단다.

그래.. 매장 보장금이랑 인테리어에 생각지도 않게 거금이 빠져나갔지만

김 과장 말처럼 수익만 잘 나면 까짓 은행 이자야 눈감고도 내지 뭐. 늘어난 빚을 애써 외면하며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20대 청년처럼 늘어난 활기를 본인도 신기해하며 오픈 날을 준비한다.      


프랜차이즈 브로커들이 따로 있어서 그만두려는 사장들과 새로 시작하려는

김 사장을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기도 전에 그들은 중년들을 그렇게 불렀다)

엮어준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다.

그 브로커들한테 적지 않은 금액을 줘야 한다는 것과  그런 식으로 예상치 않게 중년을 금쪽을 빼먹는 이쪽 시장의 기생하는 집단들이 참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럼 그럼. 자영업 하려면 이런  돈들도 다 들어야 하는 거지.

대박의 꿈의 앞에서 미심쩍은 일들은 다 너그러이 용서가 되었다.

사업자 등록증 액자도 끼기 전이지만  

중년들은 이미 자영업 수십 년 차처럼 사업은 다 그렇다고 호기까지 부리려 든다.     


그런데

월 천도 넘는 순수익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은 사장들이 왜 그렇게 많을까?

궁금했지만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외국에 투자 기회가 와서. 지방에 부모님이 아파서 급하게. 지병이 도져서.

세상엔 그럴듯한 이유가 너무나 많았다.  

믿고 싶은 마음이 구름처럼 커지면

돈이 싫어졌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에도

네... 그럴 수 있죠 하고 바보처럼 수긍하게 된다.


무슨 이유든 의심을 할까.

내가 월 천을 벌 수 있다는데

떠나 주는 사장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핑크빛 꿈은 대부분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 동네  ****이 생겼데

점심 먹고 한번 가보자

동네 사람들이 호기심반. 인심반 한두 번씩 들러주고 한번 두 번 팔아주는 인심은 남아 있는지

처음 한두 달은 그런대로 잘 된다.

자금도 의욕도 넉넉할 때라 일은 서툴고 몸은 고단해도 보람이 있다.

장사만 잘되면 부모님 장례식 날에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자영업자라는 인간들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두어 달이 지나면 슬슬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 본격적인 자영업의 고난이 시작된다.      

경험이 없으니 모든 게 ‘시행착오’인데

자영업에서의 ‘시행착오’는 한마디로 말해 모든 것이 ‘돈’이다.

그런 시행착오 줄이자고 프랜차이즈를 선택했지만 본사가 떼 가는 비용 생각하면 사실 줄이는 시행착오보다 

뒤로 밑지는 게 더 크다는 걸

그때는 모른다.


그 모든 걸 알게 될 때쯤 신기하게 자본이 바닥난다.

놀라운 타이밍이다.      

좋은 시절이 지나고 매장은 하루 두어 번 바글거리고 대부분 텅텅 비기 시작한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바글거릴 때만 들여다보고는 김사장네 대박 났다고 소문을 낸다.

더 속이 탄다.     


하지만 기대만큼 순수익이 나지 않고 월 천은커녕 내 돈이 수억이 들어갔는데 어째 직장 다닐 때보다도 내가 가져가는 몫이 작아지는 억울한 상황이 된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그래 인건비가 문제야.

눈에 띄는 비용부터 줄인답시고 사람부터 자른다.

많던 직원도 하나둘 내보내고집에서 구리무나 쳐덕거리며 요가나 하던 마나님이 

느닷없이 포스기 앞에서 쩔쩔매고

나돌아 다니던 딸들도 툴툴대려 빵 박스를 날라 보지만 어째 사람 잘르는 속도나 매출 줄어드는 속도가 비슷해진다.

결국 허망함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

앞이 캄캄하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03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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