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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Mar 14. 2020

앤틱을 누가 살까 10 -
재고는 평생 고민

벌써 20년!! 달고 씁쓰름한 자영업분투기 21

쇼핑몰 사이트를 만들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홍보를 하고 물건 사진은 어떻게 찍어서 올리는지 하나하나가 다 막막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성공한 사람도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아니고 

어딘가 뭘 물어볼 데가 있는 사람이다. 

억울한 일 당해서 경찰서에 들락거릴 때나(사업하면 이런 일도 겪었다. 나중에 나온다)

가족 중에 갑자기 아픈 사람이 생겼을 때

하다못해 집에서 필요한 소소한 물품들을 선택할 때도 누군가 옆에 잘 아는 사람이 있어서 이걸 이렇게 저건 저렇고 해박한 지식으로 훈수를 둬주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친구 중에 하나는 딸이 넷인데 그중에 막내 가시나가 세상 똘똘한 만능 실장이다. 

집에서 쓰는 세재부터 화장품. 컴퓨터 용품과 가전제품까지 얘가 모르는 게 없다. 

어지간한 정보는 버튼만 누르면 우르르 쏟아지는 인심 좋은 자판기처럼 전화 한 통으로 다 해결이 된다. 

좋은 친구의 좋은 동생이다.   

   

인터넷이 아무리 정보의 바다여도 헤엄치는걸 누가 가르쳐 줄 데가 마땅치가 않다. 

내가 처음 컴퓨터를 배우던 90년대 초반

사실. 나는 대학에 컴퓨터 학과가 아닌 전자계산 학과가 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 

당연히 인터넷이나 온라인 시장이 어색할 수밖에 없는 세대다.      

아직도 친구나 후배가 페북이나 인스타 이야기를 하면 혹시 내가 모르는 기능을 이야기할까 봐 긴장을 한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걸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어떤 기능을 연마하는 것과 내가 좋아서 그냥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습득을 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 

100 날을 배우는 것보다 하루 좋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든다.      

우여곡절 끝에 사이트를 제작하고 본격적이 판매에 들어갔다. 


아이엠에프 이후 사람들은 모두들 힘들어했지만 사실 한국인의 빛나는 죽기 살기 정신은 어려울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니 그 후 10년이 채 안되어 많은 부분이 회복되어 갔다. 

인생을 운7기3이라고 했던가. 

너무 추워서 겨울 한두 달은 매장을 닫아야 했던 분당 정자동 주택가 매장을 떠나서 서현동의 마당 너른 35평 단독 매장으로 이사를 하고 나니 촬영을 멋있게 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지 사이트의 매출이 폭증했다.


직접 수입을 하게 되면서 매장만으로는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 바로 이웃한 신현리 쪽에 따로 창고를 두고 매장과 창고를 하루에도 수십 번 들락거리면 열심히 장사를 했다.      

딱이 나만 장사가 잘된 것은 아니고 나중에 여러 사장님들한테 들어보니 

2010년 이전 3-4년이 참 장사가 대부분 잘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손님들은 많았고 물건도 술술 잘 팔려 나갔다. 사이트로 올린 물건을 오프라인에서 확인하고 사가는 손님도 있었고 그냥 사이트 사진 서너 장 보고도 구매를 금방 결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손님이 손님을 물어오고 한번 산 사람이 다른 것도 또 사는 신나는 날들이었다. 

온라인 샵에 오전에 100만 원 근방의 물건 서너 개를 사진 찍어서 올리면 오후가 되기 전에 다 팔려 나가는 날도 참 많았다.      


근데 희한한 것은 

이렇게 하루에 수백만 원씩 매출이 나는 날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와.... 얼마 안 되어서 빌딩도 올리겠네 생각한다. 저 사람 부자 되겠다.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누구네 장사 잘된다 소문 들으면 금방 와... 돈 벌겠네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현실은 조금 다르다


물론 매출은 발생하지만 희한하게 매출이 올라가면 지출을 해야 하는 곳도 덩달아 많아지고 더 많은 재고를 확보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같은 것이 생겨서 물건을 하러 갈 때 무리해서 풀베팅을 하게 된다.      

장사가 잘되니까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지난번에 너무 물건을 적게 했어

손님 다 놓쳤어..

머릿속에서 내가 올리고 있는 매출에 대한 과대포장이 일어나서 돈을 쓸 때 겁이 없어진다.    


그렇게 재고를 늘리고 매장을 확장하고 다른 사업에 손을 대고.  내가 벌어 들이는 게 아무리 많아도 내 배포가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를 못한다. 버는 것이 한 달에 1000만 원이면 나는 1억에 맞춰서 돈을 쓰고 버는 것이 1억이면 나는 10억을 준비하며 돈을 쓴다.  이 계획이 착착 맞으면이야 얼마든지 좋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수준에 맞춰서 사업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지금도 다들 그리 고생을 하는 것이리라.  


난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앤틱이라는 상품이 특이해서 잘 팔리는 상품을 팔고 또 팔고 그럴 수가 없는 게 큰 단점이고 새 상품을 파는 업종들은 참 편하겠다. 효자상품이 기본을 해주니까 장사하기 편하겠다. 생각했었다.  내가 그런 상품만 판다면 나는 더 잘 팔 텐데. 제아무리 이뻐도 하나씩밖에 없는 앤틱이라는 업종이 항상 불만이었다.


그런데. 어느 만큼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또 달랐다. 

새 상품을 판매하는 업종들도 늘어나는 재고 때문에 참 힘들어한다는 걸 자주 목격했다.      

우리 매장이 있던  신현리 인근의 가구매장 사장님들이 동종 업종이라고 생각하고 가끔 커피 마시러  들르곤 하셨는데 헨리스 홈이라는 매장의 사장님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지나는 길에 들렀어요. 장사 잘되시지요?  

원래 가구점 사장들이 직원이 생기면 시간이 많아진다.  

다른 창고는 어디 있어요? 권해드리는 커피잔을 들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휘휘 둘러보시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물으셨다. 

예? 이게 다 예요? 다른 창고는 없어요?  내가 대답했다. 이것도 많지요

에? 진짜요? 와... 그렇군요. 저희가 앞산 뒷산 동네 산마다 재고 창고가 네 개예요. 네 개.

손가락을 쫙 펴 보이며 네 개를 강조하시는 사장님 얼굴은 쓸쓸한 장난기가 가득했다.      


앤틱이나 리얼 빈티지 같은 특이한 상품들 말고 중국산이나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공산품들은 기본 오더 양 때문에 많이 팔리지 않을 것 같은 디자인도 일단은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씩 가져다 놓고 판매를 해야 하는데 특히 가구 같은 경우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다 보니까 분기별로 혹은 신상품 소개해야 하는 시점에 기존에 수입된 상품을 미쳐 다 팔지고 못했는데 새 상품을 또 들여와야 하는 게 가구업계의 오랜 사이클이다.   


그러다 보니 재고가 계속 늘어나는데 그걸 엇다 버릴 수도 없고 또 언젠가 팔리겠지 하는 기대감에 재고창고를 자꾸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사람들은 흔히 와... 물건이 많네요. 하고 좋아하지만 쌓여있는 재고들을 바라보며 자영업자들은 그 관리 비용이며. 언제 팔릴고... 이런저런 걱정에 늘어나니 한숨이요. 깊어지니 고민일 수밖에 없다.      


앤틱은 물건들이 재미있네요. 직원은 따로 없으세요? 와,,, 좋으시겠다. 사장님. 절대로 재고 늘리지 마시고 그냥 요 정도로 만족하고 솔솔히 하세요. 그게 좋아. 물건도 늘리지 마시고 직원도 늘리지 마세요. 그냥 남편분이 가끔 도와주면 요 정도로 재미있게 하세요. 

참 좋으시겠습니다....   진짜로 부러웠던지. 좋겠다는 얘기를 연거푸했다.  커피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며 허전하게 둘러보는 그 사장님의 얼굴이 많이 안쓰러워 보였다.  사업규모로는 나랑 비교도 안되게 큰 사장인데 어쩐지 입장이 뒤집힌 것 같아서 황송했다.


사업이 커지면 좋다. 

매출이 늘고

직원도 늘고

사장님 체면이 있으니까 경차 따위는 쳐다도 안 본다. 

수입차로 넘어갈까. 집을 늘릴까. 즐거운 고민의 순간도 없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 있으니 내가 일일이 동동 거리지 않아도 되고

전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이 일일이 다 가야 했는데 

이제는 어지간한 일은 직원들이 알아서 하니까

와... 돈을 벌고 벌 일이다.     

그런데 ... 내용만 조금 달라질뿐 매출이 커지는 만큼 자영업자의 고민의 사이즈도 나란히 당당히 자라난다.

가구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굉장히 빠르게 유행이 지나가고 또 그렇게 지나간 유행의 디자인들을 나중에 다시 보면 촌스러워 보이고 재고로 처지고 그 흐름이 반복이 된다. 

지금은 이케아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가구 홈 인테리어 시장의 공룡 포식자가 되어서 흔히 말하는 북유럽 디자인으로 각 가정의 디자인을 통일하고 있지만 과거에도 크랙이니 빈티지니 월넛이니 색상 따라 디자인 따라 2-3년을 주기로 인테리어가 많이 달라져서 집을 보러 가거나 가구를 보러 가면 아... 이거 예전에 우리 집에서 쓰던 거 옆집 아줌마가 2년 전에 이런 거 샀었어. 이런 식으로 흘러간 디자인을 만나게 된다.      

손님 입장에서야 흘러간 디자인이니까 그냥 지나치면 되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아직 팔리지 않아서 혹은 다시 그 유행이 올까 봐 창고에 잔뜩 준비해 놓은 앞으로도 영원히 판매 준비만 할 것 같은 재고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가구의 경우 특히 재고 처리가 어려운데 옷이나 소품은 누가 진짜 싸게 준다고 하면 얼씨구나. 당장 필요 없어도 사다가 쟁여놓고 내가 필요 없으면 엄마든 누구든 맞는 사람 전화해서 한 장 살 거 두장 사고 그럴 수라도 있다.

가구의 경우는 덩치가 크고 놓을 자리를 보고 들여야 하는 물건이라 아무리 싸게 준다고 해도 꼭 내가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안 사게 된다. 그래서 길 지나다니다 보면 눈물의 땡처리 90% 세일. 혹은 배송비만 받고 드립니다. 그런 플래카드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처분을 고민하게 되는 재고들은 이런 식으로 늘어난다. 

이런 팔리지 않는 새 상품을 내 맘대로 처분하거나 불이라도 질러서 태워버리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사실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전 국민이 생산하거나 수입한 재화는 국민 총샌산양 안에 이미 계산이 되기 때문에 나의 물건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물건에 들어가고. 그걸 임의로 없애거나 태워버리는 행위는 법의 처벌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나는 꽤 놀랐었다. 

내껀데. 내 맘대로도 못하다니...

그러니 팔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자영업자들의 재고 고민은 재고보다 더 먼저 쌓여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앤틱이야 이미 하나씩밖에 없으니까 팔릴 희망도 없는데 쌓여만 가는 악질 재고도 사실 많지 않다. 그 야말로 주인을 아직 못난 나서 그렇지. 다 지 주인이 있더라... 속편케 주인 올 날을 기다리면 된다.      

아직은 앤틱 사이트가 아주 많지 않던 때라 사이트도 금방 소문이 났다.

그러나 어디나 그렇듯. 누구나 그렇듯. 순하게 장사나 할 것을 뭐가 좀 잘된다 싶으면 희한하게 엉뚱한 생각을 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게 된다. 사업하는 사람들의 흔한 실수이고. 나도 그 룰에서 1미리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 그냥 잘되던 거나 그대로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을 한다.

이후에 나는 '안 했더라면 좋았을' 시도 들을 줄줄이 하게 된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다 필요한 일들인 줄 알았었다. 



(앤틱을 누가 살까 11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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