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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인 Dec 18. 2015

하필 겨울..

둘째 아들이 자전거와 사랑에 빠졌다.


자전거를 새로 사고는 시도 때도 없이 현관문을 밀고 나가길래 

뭐하나...봤더니  지 자전거 구경한다고 냉골같은 현관앞 계단에 쭈구리고 앉아있다.


해외 자전거 사이트를 돌아보지 않나. 영화도 자전거 관련 영화를 찾아보지 않나.

이제는 동네 자전거포 형아들이랑 친해졌다며 학원 오가는 틈틈이 거기를 드나드는 눈치다.

바람난 동네 청년들처럼 키들키들  모여앉아 '커피믹스'도 얻어마셨다나 뭐라나. 

우쭐우쭐 가관도 아니다. 


쯧쯧쯧... 추우니까 귀마래랑 장갑이나 제대로 챙겨라...

아침마다 낄낄대며 자신의 애마를 애지중지 끌고 나가는 아이를 보며  나도 출근하는 길이라 

차에서 배웅하며 장갑 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준다. 


그래도 내새끼 손등 터지만 내 맘이 아프니까

바람 맞는 얼굴 트는거야 어쩔 수  없지만 손 시린거는 장갑끼면 되니까 

기를 쓰고 챙겨서 보낸다. 


어제 아침이었다. 

나는 대로쪽으로 나오고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지는 

즈이 학교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바람의 아들마냥 휭허니 날라가 버렸다. 

잘갔다 와라 이놈아...사고나지 말고 귀찮다고 헬멧 벗어서 손잡이에 걸치고 다니는것 다시 한번만 엄마눈에 띄여라...으이그...중딩 아들놈 뒷꼭지를  다시 한번 힐끗 째려보며 출근길을 나섰다.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목 앞에는 꽤 오래 서있어야 하는 교차로가 있는데 

오전 등교시간이라 딱 우리 아들놈 들만한 아이들을 줄줄이 자전거를 몰고 지나간다. 


그중에 한놈.

손이 맨손이다. 

헉.!! 오늘같이 추운날....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어제 아침.

그 칼바람에 얇은 홑겹 마이 교복 하나 달랑 입고 목도리도 없이 (저러고도 아이들은 안춥다고 말한다)

게다가 맨손으로 !!! 자전거를 타다니 

쯧쯧쯧...얼마나 손이 시릴까...


작년 겨울에도 딱 저런 녀석 하나 길에서 만나서 아줌마 어디 아파트 몇 동 누구누구인데 이 장갑 오늘 끼고 

내일이나 지나가다가 아줌마 편지함에 넣어라 알았지?

하면서 장갑을 빌려준 적이 있다.


에고...다 내새끼 같은 아이들은데... 에고 얼마나 손이 시릴까..


난 내 손이 시린것 같아  창 밖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연신 손을 싹싹 마주 비비며 입김까지 호호 분다. 

그런데 그 녀석 지나가고 보니 어쩌면.... 그 뒤에 줄줄이 지나가는 녀석들이 딱 우리 둘째 만한 녀석들이 하나같이 맨손으로 핸들을 잡고 씽씽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에고!!!


내가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작년에야 내가 걷던 길이고 아이가 횡단보도에 멈춰 있던 순간이라 그렇게 라도 했지 이번엔

그냥 안타깝게 바라볼뿐 손 한번 잡아 줄수도 없다.


으이그...춥겠다...

엄마들은 뭐하는거야...추운데 애들 장갑 좀 챙기지...

오지랍도 넓지..급기야 얼굴도 못본 남의집 엄마들 흉까지 본다.

나나 잘하자... 쯧쯧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신호가 터졌고 난 출발을 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한마디.

'다 내새끼 같아서...'




그 순간. 그 짧은 순간.

난 말을 뱉으며 동시에 후회 했다




내 생각이 '세월호' 에 미쳤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생각이 거기로 가서 꽂힐때 따라가지 말껄.

그냥 다른 미친생각이나 

백화점에서 군침만 흘리다 돌아서는 수많은 명품생각이나

동네 맛집의 맛있는 아귀찜 생각이나 

보도블럭 무늬 안 맞는 생각같이 아무거나 미친 생각을 하면서 

기어이 그 생각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강력한 '미친' 생각도 그 순간에 그 터질듯한 생각의 속도를 멈출수가 없었다. 


터진 눈물 때문에 얼굴이 더 시렸다. 


흐르는 눈물을 일일이 닦다가는 운전에 오히려 방해가 될까봐

그냥 흐르게 놔두었다. 


목까지 올라오는 터들넥의 턱밑 부분이 축축하게 젖었길래 옆의 휴지를  뭉텅 집어서 턱받이 처럼 

끼고 한참을 달리며 그렇게 울었다. 

차 안에 혼자 있겠다. 누가 보지도 않겠다. 

내가 미쳤나보다...생각이 들때까지 울도 또 울었다. 


아니 그걸 울었다고 표현해야할까...

통곡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이건 트라우마다.

한참 울다 내린 결론이 그거였다.  이렇게 울수가 있나. 이렇게 아플수가 있나. 1년 8개월이 지난 일인데

내가 직접 겪은 일도 아니고 오늘 당장 무슨 기념일도 아니고 그냥 아무 날도 아니고 지나가다 자전거를 장갑없이 타는 소년을 바라본 사건 만으로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그렇다고 내가 그 사건때문에 무슨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다거나

그 사건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어쩌고 저쩌고 일일이 떠들고 누구누구를 비난하거나 

참견을 하거나 그러면서 산것도 아니다. 

난 그냥 내 새끼 키우며 사는 평범한 아줌마였다.


어이가 없고 

가슴이 아프고

눈도 아프고

온 몸에 기운도 없고

화가난다. 


나는 화가난다. 

화가나서 참을 수가 없어서 더 눈물이 난다. 


화와 눈물과 트라우마.

아...이 고통이 언제 끝날것인지 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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