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연재하는 브런치북은 무려 결혼 장려 글이다.
바로 이전글이 부부싸움 글인데, 다음글의 제목이 신혼 유지 비결이라는 것이 약간 민망하긴 하지만 뻔뻔하게 글을 작성해보려 한다.
아내는 중, 장거리 위주의 스케줄이 많고 나는 중, 단거리 위주의 스케줄이 많다. 이것은 항공기의 특성이라 보면 되는데 객실승무원인 아내는 대형기, 소형기 구별 없이 전부 탑승하는 것과 달리 조종사인 나는 단일기종으로 비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내는 B747 타고 하와이도 갔다가, A330을 타고 방콕도 갔다가, B777을 타고 미국도 갔다가 하는 식이다.
반면 나는 B737을 타고 일본 갔다가, B737을 타고 일본을 갔다가, B737을 타고 일본도 갔다가... B737을 타고 일본도 가는...
아아... 눈물샘이 요즘 들어 자극이 심해지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아무튼, 유난히 일본 스케줄이 많은 것을 보니 나도 조만간 아내와 일본 가서 우동 한 그릇 후루루챱챱 하고 와야 할 것 같은 요즘, 아내와 신혼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전글처럼 한 번 싸우면 얼굴 보고 풀기 힘든 스케줄이지만, 오히려 싸우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은 한 집에서 살지만 장거리 연애를 하는 것과 같은 애틋함이 있다. 마치, 장거리 연애를 하는 것처럼 다른 시차에서 영상 통화를 하다가, 서로가 그리워질 때쯤 2~3일 후에 집에서 만나 따뜻한 밥 한 끼 차려먹고 영화를 보며 같이 잠에 든다. 어쩌다 하루 겹치는 DAY OFF 날에는 같이 근사한 식사 한 끼 사 먹으며 부부애를 다지고, 다음날이면 또 출근하는 서로를 맞이하며 인사를 한다.
이런 애틋함이 있는데 어찌 애정이 식겠는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혹자는 말한다.
"망고야, 매일 안 봐서 좋겠다..."
물론 이 말을 한 형의 의도는 매일 보지 않아서 애틋함이 유지돼서 좋겠다고 내가 찰떡같이 해석을 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그래서 우리의 신혼 유지 비결을 조금 더 풀어보자면,
띠리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여보세요?"
"네 기장님, 운항편조입니다."
"네네."
"오늘, 내일 스케줄 불리셔서 확인하시고 컨펌 부탁드립니다."
확인해 보니 무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으로부터 1시간 뒤에 출근.
아아,
떨어져 있음으로 인한 신혼 유지 비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어찌 알고
애틋함을 추가해 주시는 아름다운 우리 회사의 의도를
내 어찌 무시하겠는가.
아쉽지만, 오늘의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남은 신혼 유지 비결은 다음에 푸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