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넷
그를 따라 마을을 구경하며 마을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고, 사람들을 찍을 때는 허락을 구하는 게 좋을 것 같고 풍경은 마음껏 찍으라 하였다. 곧게 걷는 그와 다르게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스프링 모양으로 양 옆을 왔다 갔다 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 그동안 내가 영화에서 봤던 모습은 총을 들고 다니는 무서운 이미지였는데 이곳은 정말 평화롭구나.’라는 생각에 살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린다.
“헤이.”
살짝 흘겨보니, 총만 들면 강도가 따로 없을법하게 생긴 여섯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앉아있다. 인상도 어마어마했다. 설마 날 부른 건 아니겠지 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처음보다 조금 높아진 톤의 목소리가 들린다.
“헤이, 유.”
분명히 나였다.
아,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파스웰은 저만치 멀어져서 걷고 있었고 도움을 요청하려고 소리라도 질렀다간 그대로 당해버릴 것 같았다. 오늘 어쩐지 날이 좋더라니, 그 날이 장날이로구나. 온갖 생각이 스치며 목덜미가 뜨거워질 찰나, 아뿔싸, 가장 대장같이 생긴 남자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예스, 유”
그래,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당당하게 해 보자 하는 생각으로 그 앞으로 걸어가 대답을 했다.
“왜?”
말은 짧아도 목소리는 바들바들거렸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쉴 수 있는 마지막 들숨이 몇 번이 남았는지 계산하려는 찰나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말을 꺼낸다.
“우리 사진 좀 찍어줄래?”
내가 대답했다.
“그럼요.”
그들이 말했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