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발칙한 취미가 하나 생겼다.
비행기에서나 일반음식점에서나 일회용 소스가 나오면 챙기는 버릇이다. 원체 소스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행하다 입맛이 없을 때 빵에 찍어먹으면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아프리카 여행 땐 첫 여행이었기에 현지에 온전히 녹아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별다른 한국 음식을 많이 챙겨가지 않았고, 그렇게 난 한동안 현지 음식만 먹다가 지쳐갔다. 그곳의 음식이 맛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자주 먹었던 음식들이 그리웠다. 일기장에는 하루 동안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보다는 먹고 싶은 음식들 이름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고, 채우면 채울수록 나의 배는 허기져갔다.
그렇게 여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향수병에 젖어 비련의 남주인공마냥 옹색하기 그지없게 현지 음식에 행복을 느끼지 못할 때쯤 한국인 구세주를 만나 유통기한이 지난 고추장을 받았었다. 난 세상에 내가 고추장으로 그렇게 다양한 음식에 찍어먹을 줄 몰랐다.
빵에 찍어먹고, 밥에 비벼먹고, 고기에 찍어먹고, 짜빠티에 찍어먹고, 쉬마에도 찍어먹고, 파파야에 찍어먹고, 그냥 손으로 찍어먹고.
변태 같은 취향이지만, 맛있다.
참, 파파야는 그냥 먹는 게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