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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by 망고 파일럿


혼자 여행을 가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 뒷모습이다.

다른 여행자의 뒷모습은 눈에 채일 정도로 많이 본다.
그들의 뒷모습이 여행의 이정표가 될 때도 있고,
때론 꽤 마음 아픈 이별의 표식일 때도 있다.

하지만 단연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아무렇지 않음이다. 여행을 가면, 나의 앞에 있는 모든 여행자의 뒷모습을 보지만 사실 별 다른 감흥이 없다. 이미 숱하게 본 뒷모습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뒷모습도 그럴까 생각했다.
그래서 뒷걸음으로 조금 걸어보니 나의 발자국이 보였다.

쓸쓸해 보이더라.

그래도 나를 계속 잘 따라와 준 발자국이기에,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다.

혼자 여행한다는 건, 조금 다른 의미의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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