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차네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젖은 일기장을 말리려 바깥에 잠깐 꺼내어 놓는다는 게 그만, 밥을 다 먹고 출발할 때 깜빡 잊어버렸다. 그렇게 여섯 시간을 더 걸어갔고, 쉬려는 마을에 도착해서야 놓고 온 걸 알아차렸다.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적어놓은 일기장이었기에 차라리 일기장 대신 지갑을 잃어버렸으면 마음이 좀 덜 아팠을까 싶을 정도였다. 다시 돌아가기엔 일정이 빠듯했고 어차피 삼일 정도 후에 같은 길로 내려가니 그때 다시 한번 찾아보자 생각했다. 그 날은 지도 뒤에다 일기를 쓰며 나보다 공책이 더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겠지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 보았지만 뭔가 비어버린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다음날 일어나니 가벼운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람막이를 주섬주섬 챙겨 입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한 십분 쯤 걸었을까, 열다섯 정도 되어 보이는 한 통통한 소녀가 쭈그려 앉은 채 나에게 말을 건다.
“이거 너꺼지?”
어제 잃어버렸던 파란색의 일기장이었다.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어떻게 가지고 있냐고 물으니 어제 올라오면서 내가 점심을 먹은 곳 주인이 일기장을 발견하고 올라가는 사람을 찾아 올려 보냈단다. 대충 트레커들이 걸을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보니 내가 묵는 마을을 생각했고 아침부터 길목에서 기다렸단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올라가는데 문득 드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래, 시간이 지나면 사람 마음도 돌아오는데 한낱 물건이라고 안 그렇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