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올라가려면 귀를 덮어주는 털모자가 있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서 꽤 마음에 드는 색의 군밤 모자를 하나 사서 갔다. 학생이라 가격이 낮은 모자를 샀던 게 문제였다. 인조로 된 털은 너무 까끌까끌했고 걸음마다 나의 귀를 파고들어 괴롭혔다.
귀가 얼어붙기 전에 전에 없던 신경과민증이 생길 지경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모자를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포카라에 도착해서 털이 조금 더 부드러운 모자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다. 여러 색을 섞어 화려하게 짠 모자부터 단색의 실로만 만들어진 모자들도 있었고 둥근 모양의 모자와 뾰족한 모양의 모자까지 그 모양도 다양했다.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나의 시선을 빼앗은 모자는 펭귄부터 코끼리까지 다양한 동물 모양의 털모자였다. 여행지에서는 나의 차림새를 신경 쓸 사람도 없을 테고 한 번쯤은 그런 귀여운 디자인을 고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걸 알기에 무난한 디자인을 찾기 시작했다.
무지개 색 모자가 보였다.
아니, 이것 또한 너무 화려했다.
결국 검은색과 하얀색으로 짜 놓은 털모자를 하나 집었다.
“이건 얼마야?”
“300루피.”
“근데 원래 이렇게 작아? 나 머리가 커서 안 들어갈 것 같아.”
“쓰다 보면 늘어나.”
그녀의 말을 듣고 막상 써보니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신축성이 꽤 좋았다. 약간 압박이 됐지만 보아하니 금방 늘어날 것 같았다. 모자를 쓴 채 다시 물어봤다.
“혹시 조금 깎아줄 수 있어?”
“너 지금 되게 핸섬 해.”
지갑에 있는 돈을 몽땅 꺼내 주고 싶었지만 간신히 충동을 참았다.
“자 여기 300루피. 고마워 잘 쓸게.”
장사 수완이 굉장히 좋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