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망고 파일럿 Jun 17. 2021

뒷방 부기장님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게 당연하던 그때, 다낭으로 비행 갔을 때의 일이다.


그때 나는 아직 훈련을 받고 있던 훈련 부기장이었다. 일반적인 비행이라면 칵핏에 기장님과 부기장 이렇게  명이 근무한다. 하지만 나처럼 훈련생이 교육받는 훈련비행의 경우에는 칵핏에   명이 탄다. 교관으로서 근무하시는 기장님과 훈련생인 , 그리고 Safety pilot으로서 근무하시는 기성 부기장님  . 훈련 부기장인 나는 저시정 상황이나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적격한 자격으로서 근무를   없기 때문에 일명 '뒷방'이라고 불리는 기성 부기장님이 칵핏 뒷자리에 동승을 한다.


뒷방이라는 단어가 낯설 수도 있는데 사실 나조차도 그 어원은 알지 못한다.

마치 구전동화처럼 내려온 말이기에.

그럼에도 모두가 알고 있는 이 단어의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동기들과 대화를 할 때는, "오늘 뒷방 누구셔?"

뒷방 부기장님에게 연락을 드릴 때는, "오늘 제 뒷방 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고저쩌고."

등등


추측컨데, 칵핏 뒷자리에 탑승을 하시기에 뒤쪽의 방(실제로 방은 없지만서도)에 있다는 의미로 뒷방이라고 하는 것 같다.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리하여 다낭을 갔을 때도 나는 교관님과 뒷방 부기장님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비행기를 탔고 이번 스케줄에 동행하신 뒷방 부기장님은 유쾌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약 4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려서 도착한 다낭은 정말 맛집 천국 같은 느낌이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크루 버스를 타고 호텔로 가는 내내 길거리에는 내가 좋아하는 열대 과일 매대들이 즐비했고, 보이는 식당들은 하나같이 다 맛있는 음식을 팔 것만 같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크루 버스에서 튀어내려 골목골목들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해외여행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심지어 중국과 미국에서 각각 3년, 2년씩 살았던 나인데도 이런 낯선 풍경에서 오는 두근거림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교육비행을 받는 내내 너무 지쳐있었던 나머지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아까의 설렘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잊어버리고 지금 당장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인 침대 속으로 누워버렸다.



'띠리리리리리'


꿈속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걸고 있다.


'띠리리리리리'


아무나 전화 좀 받지.


'띠리리리리리'


에라이 내가 그냥 받아야겠다.


"여보세요?"

"기장님?"


응?

뭐지?


"누구세요?"

"아 오늘 같이 비행 온 XXX인데요~~"


꿈이 아니었다.

오후 1시쯤, 내 호텔 방의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뒷방 부기장님이었고, 같이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하셨다.


"아 너무 좋죠. 30분 후에 내려갈게요."

"그럼 이따 봅시다잉~"


30분 후에 우리는 로비에서 만났다.


뒷방 부기장님이 나에게 물었다.


"다낭 처음이에요?"

"네 처음이에요."

"아이 그럼 나가서 살국수 무야지."


하고 뒷방 부기장님을 따라 졸졸졸 다낭 시내를 나가니, 경적소리가 끊이질 않고 오토바이들은 정렬되지 않은 채로 다니고 있었다. 행여 부딪히기라도 할라 나는 요리조리 피해 가며 뛰어가는데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뒷방 부기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자 요 봐봐요. 여기는 도로의 흐름을 깨면 안 돼."

"흐름이요?"

"마치 산책하듯 쭈욱 지나가야 쟈들도 우릴 피해 가지. 겁난다고 막 뛰고 그럼 안돼."

"한번 해볼게요."


유유자적, 오토바이가 오든 말든, 경적소리가 울리든 말든 개의치 않고 천천히 도로를 가로지르니 빵빵 소리는 좀 들리지만 그래도 횡단자와 오토바이가 서로 잘 맞물려 위험하지가 않았다.


반대편 거리에 안전하게 도착한 뒤,


"아 기장님, 해냈습니다!"

"처음인데 잘하네? 경력직이에요?"

"신입이에요."


그렇게 우리는 횡단보도 신호에 불도 안 들어오는 야생의 거리를 헤쳐 걸어 어느 한 식당 앞에 도착했다.


"최근에 오픈한 가게인데 음식 맛도 괜찮고 마사지도 시워~~~~언 해요. 어때요?"

"저는 너무 좋죠."



식당과 마사지를 같이 하는 곳이었는데, 사장님이 한국분이신 것 같았다. 오픈한지는 얼마 안돼 보였고 그래서 그런지 깔끔한 느낌이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2층에서 식사를 마치고 바로 1층으로 내려와서 마사지를 받았다. 비행할 때 쌓였던 피로가 한 번에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배부르고 등 따시니까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이런 상황에 이런 기분이라면 훈련생 쭈구리 나부랭이였던 나도 이 날 만큼은 허세에 잠깐 찌들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훗, 이게 바로 크루 라이프인가.'



하고 나니 좀 재수가 없었다. 바로 겸손한 자세로 반성하고 식당 밖을 나가는데, 뒷방 부기장님이 나에게 시장거리를 걸어보겠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좋다고 대답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계학과 나온 조종사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