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를 걷다 산청을 지났다.
연인 한 쌍이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청'이라고 한자로 간판을 내건 식당 앞이다. 대낮부터 만석인 모양이다. 하긴 저 집은 이른 오후부터 긴 줄을 선다. 여자는 남자 친구를 향해 돌아앉았다. 먹다가 나온 어떤 남자는 볼일을 보러 간다. 요지를 들고 있는 저 남자의 표정을 마주치면서 연인은 먹기 전부터 맛을 확인한다.
산청에는 황매산이 있고, 황매산은 철쭉으로 유명하다. 장모께서 별세하셨을 때 영정사진을 황매산에서 찍은 사진으로 했다. 산청은 맑은 데다 울긋불긋한 꽃이 많다. 그런 곳은 대체로 음식맛이 좋다.
맛있는 집 앞엔 담배 연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빛이 잘 들지 않아 담배연기가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연기 가득한 저 골목 안에 산청에서 키운 흑돼지가 요리로 들어앉았다.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가 맛있지 않을 수가 없건마는, 지리산 자락 산청의 이름을 하고 있다.
저 식당이야 종종 지나는 골목이라 알고 있었지만, 식당 이름이 '산청'이라는 것은 사진을 찍고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