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라는 것이 어찌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 오신 계몽사 한국위인전에 나오는 위인들은 초상화나 사진이 없어 글씨를 내세우고 있었다. 송시열의 글씨를 보고 송시열의 성격을 유추하고, 조광조를 보고 조광조의 됨됨이를 상상했다. 가끔은 위인이 그린 그림도 있었다. 하긴 위인의 얼굴이나 사진을 보고 유추하는 것이나 글씨를 보고 유추하는 것이나, 결국 유추여서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워드프로세서나 컴퓨터를 사용해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것이 일반화된 다음 또 아이패드라는 것이 펜슬을 제공했다. 하지만 만년필을 쓰는 사람들, 연필을 쓰는 사람들 모두 여전하다. 이제 글씨는, 다시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다. 나는 아파트 화단을 정리하며 써 놓은 아내의 글씨체를 보고 아내라는 사람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