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안 듀안 듀안

by 현진현

여기 세 사람의 듀안이 있다.


나는 듀안이라는 필명을 쓴 적이 있다. 필명을 별도로 쓸 일도 없긴 한데 쓰게 되면 듀안이다. 듀안은 죽어버린 기타리스트 듀안 올맨(Duane Allman)에게서 빌려 왔다.

또 한 명의 듀안이 있는데 그는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이다. 듀안 마이클의 이름 듀안도 사실은 모친이 남의 집에서 삯일을 하면서 돌보던 아이의 이름이었다. 가져다가 자신의 아이에게 부여한 이름인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까닭에 듀안의 사진에서 쌍둥이나 복제의 이미지가 있다고 말한다. 어떤 듀안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과 함께 블루스 스케일을 연주했고 또 다른 듀안은 사진에 이야기를 넣어서 찍었다. 이야기를 넣지 않고 찍은 사진도 많았지만 이야기를 넣어서 여러 장의 사진으로 하나의 작품을 구성한 것이 가장 도드라진다. 사람들은 이것을 시퀀스 포토(Sequence Photography)라 부르는 모양이다.


개념적으로 보자면 사진가 듀안은 사진을 아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사진을 베이스로 사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새로운 사진을 만들어내었다.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처럼 거대하거나 복합 다층적이진 않았지만 접근의 방식은 거의 동일했다.

그리고 기타맨 듀안은 동네 음악이었던 서던록(Southern rock)을 세계적인 음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특히 그는 클랩튼과 짐 고든(Jim Gordon)의 병적인 연가 Layla의 그 유명한 리프를 연주하고 찰리 버드 파커(Charlie Parker)에게 바치는 새 울음 소리도 냈는데 나는 그의 그런 업적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의 듀안은 지금 이런 시답잖은 글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읽는 이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세 사람의 듀안은 닮은 점이 하나도 없다. 이민자 가정 출신의 사진가와 미국 남부 토박이 출신의 기타리스트, 그리고 TK 출신의 카피라이터, 이 셋으로부터 굳이 닮은 점을 일별 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1. 나는 수전 손택(Susan Sontag)이나 존 버거가 그랬던 것처럼 듀안의 사진에 대해서 설명할 능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권이나 되는 듀안의 사진집을 보다가 아니, 이것은? 이라고 감탄을 했다. 듀안의 사진이 가진 형식적인 면모를 모두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사진은 맥락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듀안의 사진이 그것을 확장했다는 점은 앞에서 이야기했다. 듀안도 처음엔 그냥 사진을 찍었다. 그가 무심코 찍은 러시아인들의 사진을 보면, 그는 스토리를 떠안고 사진을 찍는다. 그런 다음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몇 가지 특징적인 사진 작업을 한다.

1-1. 여러 장의 사진에 번호를 매기고 이야기를 연결한다.

1-2. 사진에 글을 새겨 넣는다.

1-3. 합성을 한 사진을 과감하게 작업한다.

1-4. 초상으로 대상의 내면을 그려버린다.

1-5. 사진에 새겨 넣는 글이 좀처럼 사진과의 연관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연관된다.

1-6. 사진에 새겨 넣는 글이 가끔 길어지기도 한다.

1-7.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회적 의미나 정치적 의도, 또 인간의 숙명을 느끼게 만든다.

이 일곱 가지의 특징은 모두 현재의 인스타그램과 동일하다. 그중에 사진에 붙이는 글에 관한 한, 특히 사진과 연동되지 않는 긴 글이라는 특성은 카피라이터 듀안(나)과 닮았다. 쉽게 말해보면, 사진가 듀안은 사진으로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모든 것을 다 해버렸다. 그러므로 지금의 인스타그램의 신중한 포스팅과 닮을 수밖에 없다. 듀안이 한 가지 간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나는 지금 이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인스타그램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그의 철필처럼 Proof 해 본 다음 겨우 겨우 이 두꺼운 인화지들을 걸어 올렸음이 틀림없다.


2. 기타맨 듀안은 바이크를 타다가 20대에 저 세상으로 갔다. 그는 컨트리와 블루스와 록을 결합시켰다. 그는 특히 일반적인 발라드를 허용하지 않았다. 클랩튼의 Layla는 뒷날 클랩튼이 뉴욕에서 통기타로 퉁겼던 그 감각으로 작곡되었다. 스튜디오에 들어온 듀안은 그 발라드를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멀티트랙의 심장박동으로 바꾸어버렸다. 그게 클랩튼의 패티 보이드에 대한 연정과 더 닮아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영화 Almost famous는 듀안이 활동했던 올맨 브라더스 밴드를 다룬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 속 밴드 스틸워터의 기타리스트처럼 듀안은 공감능력이 뛰어났던 것 같다. 그의 연주 중 유명한 윌슨 피켓을 피처링한 헤이 주드를 들어보면 그가 폴 매카트니라든가 윌슨 피켓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가 드러난다. 사진가 듀안이 르네 마그리트의 초상을 찍고 그로부터 얻어낸 공감과 비슷하다. 여담이지만 나 카피라이터 듀안이 커피를 좋아하는 것은 커피의 생애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듀안! 혹은 듀에인!이라고 불리는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름을 빌어오고 싶은 닮고 싶은 인물들, 그들을 나는 오늘도 찾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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