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되는 경향

좋은데 싫은 것 (2)

by 현진현

고백할 것까진 없는데..., 난 지금의 내 나이가 좋다. 이에 대해서 몇 가지 의미가 있는데 개중 가장 큰 의미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한다. - 입버릇처럼 [난 늦되는 경향이 있어]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지금이 좋다는 것.


늦되는 것 중에서도 나름 진짜 의미를 발견하게 된 것들이 기분이 좋다. (그것 아시는지?) 소리를 만드는 사물은 한밤중에서야 제대로 보인다는 것.


사위가 어두워지면 소리가 보인다


조용한 밤이라야 소리가 잘 느껴진다는 이야길 좀 폼나게 해 본 것이긴 하다. 놓쳤던 것을 지금에서라도 각인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가만 들여다보면 겨우 발견할 수 있는 지점들이 생긴다. 가령, [어두움과 보임]과의 대비를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성]을 알 수가 있다. 물론 그 관계성은 [가치]로 해석된다. [쓴 맛]의 존재가치는 [쓰지 않은 맛]과 공유된다. [늙음과 젊음]이라든가, [제로와 100]이라든가... 이걸 지금에서야 발견하다니 조금 아쉽게 되어버렸지만, 이런 발견적 깨달음이 늙다 보면 배우게 되는 류는 아니다. 늦되더라도 배워서 다행이다 싶은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어떤 것들을 보자. 모 작가의 [비누 연작]을 예로 들면, (작가는 평소 이야기가 들어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비누 속에는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가능성]이 들어있다. 그것은 이야기의 심오함이기도 하다. 그 심오함이 거의 다 쓴 비누와 합체되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있을 법함]이 [누군가의 수다]와 공유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예술에도 해설이 필요한 것인가 싶지만) 난 이런 지점이 좋지만 싫다.



*

대략 봐도 값싼 스피커를 큰돈을 주고 사 왔다. 판매자는 영국산 풀레인지를 말 그대로 침을 발라가며 칭찬하기도 하고 [이게 대충 만든 통 같아 보입니까?]라고 대뜸 정중하게 묻기도 했다. 실시간 검색은 판매자님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는데...


트렌드는 하이파이(Hi-Fi)에서 로우파이(Lo-Fi)로 변화하고 있었고, 그로부터 몇 번의 계절이 바뀐 어느 날 밤 방구석의 그 스피커... 그 좁디좁은 다이내믹 레인지가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내 정신의 좁은 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넓게 비추는 놈은 아래에 깔려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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