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nstein / WAGNER: Tristan Und Isold
Leonard Bernstein
WAGNER: Tristan Und Isold
바람이 분다.
이 바람이 멈추면, 이라고 상상해보면
분명해진다.
약기운이 사라지고
첫사랑의 얼굴이 모자이크에서
너무도 또렷하게 익스트림 클로즈업이 된다.
오늘 벚꽃은 피었다.
내일쯤이면 벌써 흐드러질지 모른다.
속으로 속으로 스무 번도 더 ‘나는 누구인가?’
자문해 보지만
내가 누구인지 바람만이 알 것 같다.
느리게 느리게 바람이 분다.
미약을 탄 바람이 불어와서 나를, 우리를
잠재우려든다.
이 죽음 같은 바람이, 외려 부드러운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는 친구의 딸과 재혼했다.
이미 수많은 여자들을 농락하거나 사랑한 다음
친구의 딸과 해로했다.
그의 이 악극, 기가 막힌 스토리의 전주곡은
거의 모든 인간의 감정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가 듣고 있는 것에 따르면,
바그너는, 느리게 느리게 전진하는
사랑의 죽음 앞에 쓰러졌다 일어나고
다시 쓰러졌다 일어나고
결국은 쓰러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