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Surman / Private City
John Surman
Private City
외할아버지의 방에는 베이스 클라리넷이 걸려 있었다.
아마 돌아가실 때까지 걸려 있었던 것 같다.
외갓집은 늘 사진관이었다.
외삼촌들도 대부분 사진관이었다.
외갓집은 사진관이기도 했고 하숙집이기도 했다.
디귿자로 뜰을 둘러싼 마루와 방들,
마루 한편에 외삼촌 한분이
레스폴을 치던 모습이 아련하다.
외삼촌은 심장이 좋지 않아서 항상 앉아서
체리 선버스트 빛깔의 레스폴을 껴안고 있었다.
외삼촌은 서른 살이 되기 전에 하늘로 돌아가셨다.
그의 모든 악기들은 화장되었다.
그런데 하나, 베이스 클라리넷이 남았다.
그리고 외할머니와 엄마의 꿈속에 외삼촌은 가끔 남았다.
첫곡의 강렬함으로 따지자면
존 서먼의 이 첫 곡을 빼놓을 수 없다.
보일러가 없는 아주 넓은 방에 살던 때
존 서먼의 이 음반을 들으며 몸을 덥혔다.
94년쯤이지 않을까.
리모컨이라는 게 오디오에선
그다지 흔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볼륨이 너무 커지면 나는
방바닥을 굴러서 움직였다.
2층의 내 방은 8차선 도로에 접해 있었기 때문에
매연과 먼지 때문에 창을 열 수도 없었다.
그래, 나는 세상의 많은 부분을 음악을 들으며 배웠다.
지금의 범어사거리에서 남부정류장으로 가는
도로 들어서서 400미터쯤 왼쪽에 있던 그 방에서.
낭만이라는 것이 무슨 얼굴이 있겠습니까,
할퀴고 싸워서 반쯤은 떨어져 나거거나
재킷의 사진처럼 넋을 읽고
해안을 방황하지 않겠습니까.
사랑했습니다. 90년대의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