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ip

Hank Mobley / Dippin'

by 현진현


Hank Mobley

Dippin'


'음악적'이란 건 들어서 좋다는 것,

들어서 좋다고 할 때 주체는 청자의 인생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음악적'이라는 표현 말고 '인생적'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요컨대 행크 모블리의 <Dippin'>은 내 인생적으로 훌륭한 앨범이다.


90년대 초반 클래식이나 재즈를 표방한 음악잡지들이

여럿 등장했는데 이들은 의욕적으로 CD를 책의 부록으로 배포했다.

'블루노트'의 컴필레이션 CD가 책과 함께 종종 딸려 나왔다.

어떤 여름에는 보사노바를 섞어놓은 여름 콘셉트의 블루노트 CD가 나왔고,

거기에 행크 모블리의 <Recado Bossa Nova>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 곡이 미치도록 좋았다.

휴대폰의 안테나를 뽑아 입에 물고 자판을 누르며 흥얼거렸다.

테너 색소폰은 아니더라도 알토라도 불고 싶었다.

돈을 빌려서라도 색소폰을 사고 싶을 정도였으니,

20대 초반까지의 내 인생이 인간의 숨소리를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다.


그렇게, 특히 행크 모블리의 보사노바 블로윙은

'나의 인생'이 듣기 좋은 최상의 재즈였다.

나중에 그 곡이 들어있는 모블리의 1964년 앨범 <디핑>을

찾아 듣게 되었는데 여러 번 듣고 보니 앨범 전체가

내 인생의 맞춤형이었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마무리다.

살아온 세월이 좋아하는 앨범이 몇 장이나 더 있을까?

더 살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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