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게 드셨어요

과식

by 현진현

[배루르게 드셨어요]


그이는 좋은 카피라이터였습니다.

긴 글도 잘 썼고, 캘리그래피도 좋았어요.

무엇보다 '끌로 파는 정신'이 대단했습니다.

늘 책을 끼고 살았고, 가끔은 술도 마셨습니다.

딱 하나, 사수를 잘못 만난 케이스죠.

제가 사수이고 팀장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주 5일 우리 팀은 거의 점심을 함께 먹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던 저는

(착각이었을 수도...)

아침을 거르고 출근해서 점심만큼은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점점 스케일이 커져서는 점심에

삼겹살에 반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이가 함께 마셔주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억이 틀릴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늘

'아, 왜 이렇게 배부르지?'를 입에 달고 있었습니다.

점심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아! 배부르다 배불러. 왜 일케 배가 불러?"

해댄 것이죠.

그때 부사수가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드디어 제게 카피 한 줄을 써 준 순간이었죠.

"국장님! 국장님이 아까 배부르게 드셨어요."

그러니까 그이의 카피 컨셉은,

'배부르게 먹었으니 배가 부른 것이다' 라는

자연의 이치였습니다.

역시, 그이는 좋은 카피라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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